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불린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검찰과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진술을 회유ㆍ협박하고 “삼족을 멸하겠다”는 폭언까지 했다고 4일 주장했다.
최씨는 출간을 앞둔 회고록 ‘나는 누구인가’에서 “2016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특검에서 있었던 실랑이는 한마디로 언어폭력의 극치였다”며 “특별수사팀장인 S 검사의 ‘삼족을 멸하겠다’는 그 말은 아직도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찢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건 단순히 나온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협조하지 않으면 나를 이용해 박 대통령을 뇌물로 엮어 역사에서 지우려는 그들만의 계획이 있었기에 나를 겁박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씨는 어떤 대목을 조사하다가 검사가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최씨는 회고록에 등장하는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영문 이니셜을 붙여 언급했다. 이 발언을 한 검사에 대해 최씨는 “나보다 열 살이나 어려 보이는 검사”라고 설명했다.
최씨가 언급한 2016년 12월 24일은 사흘 전 수사를 개시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처음으로 최 씨를 소환한 날이다. 최씨는 이미 검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진 상태에서 추가로 특검 수사를 받았다. 특검팀 대변인이었던 이규철 당시 특검보는 이날 최씨의 조사가 진행되던 중 브리핑을 열어 “기존 공소사실 이외에 확인할 부분이 있다. 뇌물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후 특검팀은 검찰에서 적용하지 않았던 뇌물 혐의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삼성그룹이 최 씨 측에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건넸거나 건네기로 약속한 수백억원대 금품이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된 뇌물이라고 본 것이다.
또 최씨는 검찰과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회유 또는 협박을 반복했고, 이 과정에 자신의 가족도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에서 나를 언니와 만나게 해 준 이유도 나에게 영재교육센터에 대해 박 대통령과 공모한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박 대통령과 내가 공모해서 한 일로 몰고 가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인 가족을 등장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그르면서 “언니는 나에게 빌면서 (언니의 딸인) 장시호의 혐의를 나더러 다 안고 가 달라고 했다”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내가 죽기 전엔 못 나올 것 같으니 그것까지 안고 가면 (정)유라와 손주는 자기가 돌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영재센터는 내가 운영한 것으로 둔갑이 되었다”며 “그 대가로 장시호는 검찰과 특검이 보호해줬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처음 검찰에 출석한 2016년 10월 31일 첫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협박당했다고도 썼다. 그는 “검찰에 들어가 처음 나를 수사한 사람은 첨단수사부의 H 검사”라며 “그는 기진맥진한 내게 ‘검찰청에 온 이상 모든 걸 다 털어놓고 현실을 인정하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밖에서 봤듯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고 검찰도 가만두지 않을 거다’ 하면서 협박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또 “(박 전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만 있을 뿐인 나에게서 더 건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들은 내 가족들을 끌어들였다”며 “딸을 구하려면 무엇이든 자신들이 요구하는 대로 답하라고 압박해왔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무엇을 택하느냐가 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최씨는 2016년 세간에 알려진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 끝에 구속기소 됐다. 이후 특검팀이 출범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그는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8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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