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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대통령, 퇴임 후 양산 평산마을에 ‘열린 사저’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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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독] 文대통령, 퇴임 후 양산 평산마을에 ‘열린 사저’ 구상

입력
2020.06.05 02:5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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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저 부지 2709㎡ 구입, 8억원대 예상

통도사 옆 교통 요지… 與 “퇴임 후 역할”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입구에 마을 위치를 가리키는 비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 도보로 10분 가량 이동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를 목적으로 매입한 부지가 나온다. 양산=신은별 기자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입구에 마을 위치를 가리키는 비석이 서 있다. 이곳에서 도보로 10분 가량 이동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를 목적으로 매입한 부지가 나온다. 양산=신은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한 뒤 머물 곳으로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을 택했다. 명산으로 꼽히는 영축산 자락에 안긴 고즈넉한 전원마을로, 한국 3대 사찰 통도사가 지척에 있다. 양산에선 교통 요지로 꼽히는 곳이다.

문 대통령이 2008년부터 사용해온 사저는 양산 매곡동에 있다. 자서전 ‘운명’에서 “스스로를 유배 보내는 심정으로 택했다”고 했을 정도로 외진 곳이다. 문 대통령이 새 사저 부지로 교통 요지를 고른 것은 ‘열린 사저’를 구상하기 때문일 수 있다. 여권에는 문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도 적극적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의 부지 전경.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최근 사진에 보이는 건물 및 건물을 둘러싼 부지 2,709㎡(819.47평)를 공동명의로 구입했다. 마을 중심부에서 살짝 비켜 자리한 이곳은 최근까지 한의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양산=신은별 기자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의 부지 전경.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최근 사진에 보이는 건물 및 건물을 둘러싼 부지 2,709㎡(819.47평)를 공동명의로 구입했다. 마을 중심부에서 살짝 비켜 자리한 이곳은 최근까지 한의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양산=신은별 기자

◇문 대통령, 양산 평산마을에 새 사저

문 대통령은 올해 4월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일대 토지 2,418㎡(약 731평)와 주택을 부인 김정숙 여사와 공동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문 대통령 내외는 해당 부지에서 도로로 이어지는 입구 쪽 땅(291㎡ㆍ88평)도 청와대 경호처와 공동 명의로 매입했다. 합치면 2,709㎡(약 819평) 크기다. 경호처는 인근 땅(752㎡ㆍ227평)을 더 사들였다. 2022년 청와대를 떠나는 문 대통령이 생활할 새 사저와 경호동이 들어설 부지로, 모두 3,461㎡(1,047평) 규모다.

문 대통령이 매곡동 사저를 두고 평산마을에 새 터를 잡은 가장 큰 이유는 경호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곡동 사저 주변엔 여유 부지가 없어 경호동 신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곡 지형에 숲이 우거져 있다는 점도 경호에 불리하다. 교통 문제도 감안됐다. 매곡동 사저로 이어지는 2㎞ 가량의 진입로가 1차선 외길인데다, 산림도로로 폭까지 좁아 통행이 불편하다.

매곡동 사저는 지나치게 외져 전직 대통령의 사저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운명’(2011)에서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고 매곡동을 고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 새 사저 및 경호동 부지
문 대통령 새 사저 및 경호동 부지

◇사통팔달 교통요지…퇴임 후 ‘역할’ 염두

평산마을 사저는 경호상 이점이 많다. 일대가 평지이고, 부지 3면의 시야가 트여 있으면서도 서쪽엔 나지막한 동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48가구가 전부인 한적한 전원 마을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라는 점도 중요한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평산마을 사저는 경부고속도로와 직선 거리로 2㎞ 거리다. 통도사 고속도로 진출입로(IC)까지 차로 10분이 채 안 걸린다. KTX 울산역까지는 차로 20여분이면 도착하고, 김해국제공항까지 40분이면 충분하다.

여권에는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 현실정치에서 발을 빼더라도 한반도 평화 문제 등과 관련해 공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 국민과 적극 소통하며 문재인 정부의 레거시(유산)를 지켜나가야 한다”며 “그러려면 국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사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다음 일은 다음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그저 소일하며 지내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최근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부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이곳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구입한 부지 인근에 있다. 경호 인력을 위한 장소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양산=신은별 기자
정부가 최근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부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이곳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구입한 부지 인근에 있다. 경호 인력을 위한 장소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양산=신은별 기자

◇김정숙 여사와 공동명의 구입…예금으로 충당

문 대통령이 사저 부지를 얼마에 매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매입 당시 평산마을 토지 실거래가는 1㎡당 32만원 선이었다. 사저 부지 매입에 8억6,000만원 가량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호처는 4억원 안팎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경호동 부지 추가 매입이 진행 중인 만큼, 예산은 좀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예금 등으로 매입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내외는 올해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예금ㆍ보험으로 15억여원을 신고했다. 경호처는 지난해 2020년도 예산을 마련하면서 문 대통령 퇴임 이후 사저 경호를 위한 경호원숙소ㆍ근무시설용 부지 매입 예산 22억1,700만원을 배정해 놨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부마다 3년차쯤 관련 예산을 편성한다”며 “통상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양산=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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