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저 부지 2709㎡ 구입, 8억원대 예상
통도사 옆 교통 요지… 與 “퇴임 후 역할”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한 뒤 머물 곳으로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을 택했다. 명산으로 꼽히는 영축산 자락에 안긴 고즈넉한 전원마을로, 한국 3대 사찰 통도사가 지척에 있다. 양산에선 교통 요지로 꼽히는 곳이다.
문 대통령이 2008년부터 사용해온 사저는 양산 매곡동에 있다. 자서전 ‘운명’에서 “스스로를 유배 보내는 심정으로 택했다”고 했을 정도로 외진 곳이다. 문 대통령이 새 사저 부지로 교통 요지를 고른 것은 ‘열린 사저’를 구상하기 때문일 수 있다. 여권에는 문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도 적극적 역할을 해 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
◇문 대통령, 양산 평산마을에 새 사저
문 대통령은 올해 4월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일대 토지 2,418㎡(약 731평)와 주택을 부인 김정숙 여사와 공동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문 대통령 내외는 해당 부지에서 도로로 이어지는 입구 쪽 땅(291㎡ㆍ88평)도 청와대 경호처와 공동 명의로 매입했다. 합치면 2,709㎡(약 819평) 크기다. 경호처는 인근 땅(752㎡ㆍ227평)을 더 사들였다. 2022년 청와대를 떠나는 문 대통령이 생활할 새 사저와 경호동이 들어설 부지로, 모두 3,461㎡(1,047평) 규모다.
문 대통령이 매곡동 사저를 두고 평산마을에 새 터를 잡은 가장 큰 이유는 경호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곡동 사저 주변엔 여유 부지가 없어 경호동 신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곡 지형에 숲이 우거져 있다는 점도 경호에 불리하다. 교통 문제도 감안됐다. 매곡동 사저로 이어지는 2㎞ 가량의 진입로가 1차선 외길인데다, 산림도로로 폭까지 좁아 통행이 불편하다.
매곡동 사저는 지나치게 외져 전직 대통령의 사저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운명’(2011)에서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조용하게 살고 싶었다”고 매곡동을 고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사통팔달 교통요지…퇴임 후 ‘역할’ 염두
평산마을 사저는 경호상 이점이 많다. 일대가 평지이고, 부지 3면의 시야가 트여 있으면서도 서쪽엔 나지막한 동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48가구가 전부인 한적한 전원 마을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라는 점도 중요한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평산마을 사저는 경부고속도로와 직선 거리로 2㎞ 거리다. 통도사 고속도로 진출입로(IC)까지 차로 10분이 채 안 걸린다. KTX 울산역까지는 차로 20여분이면 도착하고, 김해국제공항까지 40분이면 충분하다.
여권에는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 현실정치에서 발을 빼더라도 한반도 평화 문제 등과 관련해 공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퇴임 이후 국민과 적극 소통하며 문재인 정부의 레거시(유산)를 지켜나가야 한다”며 “그러려면 국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사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다음 일은 다음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그저 소일하며 지내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정숙 여사와 공동명의 구입…예금으로 충당
문 대통령이 사저 부지를 얼마에 매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매입 당시 평산마을 토지 실거래가는 1㎡당 32만원 선이었다. 사저 부지 매입에 8억6,000만원 가량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호처는 4억원 안팎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경호동 부지 추가 매입이 진행 중인 만큼, 예산은 좀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예금 등으로 매입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내외는 올해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예금ㆍ보험으로 15억여원을 신고했다. 경호처는 지난해 2020년도 예산을 마련하면서 문 대통령 퇴임 이후 사저 경호를 위한 경호원숙소ㆍ근무시설용 부지 매입 예산 22억1,700만원을 배정해 놨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부마다 3년차쯤 관련 예산을 편성한다”며 “통상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양산=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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