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윤혜인(29)씨는 최근 맘카페에 게시된 글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임신부들은 무료로 가사 돌봄 서비스를 받으세요.’ 만삭의 몸인 그를 가장 괴롭히던 게 청소를 비롯한 집안 일이었다.
윤씨는 “지난 1일 관련 서류를 제출하자 이틀 뒤인 3일 가사관리사 방문해 4시간 만에 ‘요술’을 부려놓고 갔다”며 “출산 전까지 빠뜨리지 않고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의 아파트를 찾은 가사관리사는 방과 거실 구석구석을 진공청소기와 스팀청소기로 청소했고,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손 걸레질을 했다. 어디 이 뿐인가. 설거지와 빨래는 물론 가스레인지와 그 주변 타일 등 주방 구석구석 또 욕조 세면대 변기 바닥 등 화장실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어놨다. 윤씨는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것도 잊지 않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덕분에 태교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윤씨가 누린 서비스는 서울 성동구가 관내 6개월 이상 거주한 35세 이상이거나 다자녀, 직장인, 다태아(쌍둥이) 임신부가 대상인 무료 가사 돌봄 서비스. 일반 워킹맘 임신부를 대상으로 무료 가사 돌봄 서비스 지원사업을 시행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처음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서울시 자치구 중 출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성동구지만,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보육환경을 개선해 무너졌던 출산율 1명선을 회복하고 ‘보육특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소득에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고, 하루 4시간씩 총 4회 이용 가능하다. 구는 이를 위해 약 1,000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2억2,990만원)도 넉넉하게 잡아놓고 있다.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다. 맘 카페에는 “나도 이용하고 싶다”, “진작에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등 환영 일색이다. 넷째 출산을 앞두고 4일 이 서비스를 이용한 임신부 한모(35)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린이집과 학교를 못 가서 출산 준비를 못하는 요즘 임신부에게는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인구 자연감소(사망자>출생자)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상황.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출산율은 0.92명(잠정치)이지만, 수도 서울의 출산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0.72명이다. 현재 인구를 유지해야 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2.1명)의 3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성동구의 정책이 출산율 상승에 효과를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동구 관계자는 “그래도 성동구는 0.91명으로 서울의 평균치 상승에 기여했다”며 “출산율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돌봄체계 확충 및 공공보육 인프라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비중이 높고, 생활비나 부동산 가격이 높은 서울시의 특성을 고려하면 일회성 대책보다는 출산과 양육이 가능한 보육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백선혜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실장은 “돌봄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서울시에도 사각지대가 아직 많다”며 “갑자기 아이가 아프다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여성들이 걱정 없이 육아와 직장생활 병행이 가능하도록 보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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