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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허 찔린 검찰의 되찌르기…“이재용 기소는 상수” 못 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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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허 찔린 검찰의 되찌르기…“이재용 기소는 상수” 못 박아

입력
2020.06.05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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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위 절차 도중 영장 청구

윤석열, 3일 이재용 영장 최종승인

영장 기각 땐 수사 마무리 차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병 확보를 노리는 강수를 뒀다. 이 부회장이 외부 전문가 집단에 기소 타당성 판단을 받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사실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초강수를 둔 것을 두고 검찰의 역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의 이날 영장 청구로 이 부회장 기소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로 고착화된 형국이 됐다. 이 부회장이 막판에 회심의 카드로 던진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을 검찰이 사실상 차단해 버린 셈이다.

결국 이 부회장 사건은 기소ㆍ불기소를 따지는 상황이었다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이 부회장이 재판에 넘어가는 것은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상관 없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한 주요 사건에서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피의자를 불기소 처분한 전례를 찾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곧바로 불구속 기소로 처리하지 않고 구속영장 청구를 선택한 검찰로서는, 영장 기각시 일정 부분 후폭풍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이 심의위 소집 여부 결정 때까지 2주 정도 더 못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며 “전직 대법관이 위원장인 심의위 판단을 건너 뛰고 오래 수사해온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끝을 보겠다는 속내”라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영장이 발부되면 수사팀에는 더 없이 순조로운 출구 전략이 될 테지만, 기각되면 수사 마무리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날 검찰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는 이 부회장의 심의위 신청 전부터 내부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옛 미래전략실의 최지성(69) 전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은 3일 확정됐다. 수사를 이끄는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가 1일 3차장검사와 이성윤 지검장 등 지휘 라인에 보고했고, 대검찰청 반부패ㆍ강력부장 검토를 거쳐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종 승인이 났다고 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큰 이견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외형상 삼성의 대응에 맞선 강수로 비쳤다. 이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검찰이 맞불 격으로 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삼성 측이 내민 회심의 카드가 도리어 검찰을 자극한 꼴’이라는 반응, 이 부회장 측이 영장 청구를 미리 알고 심의위 신청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재계 등에선 이례적인 장기 수사로 수십 차례 압수수색과 수백 차례 삼성 임원 소환을 해온 검찰이 수사 마무리 국면에서 재벌 총수 구속 카드를 빼든 것은 검찰권 과잉 행사라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검찰은 “심의위 신청 전에 이미 영장 청구 방침이 결정된 것으로 반격의 성격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결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이익을 위해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부정 거래’가 있었으며, 합병 의결 이후 두 회사 주가를 띄우는 ‘시세 조종’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또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 부채를 회계에 반영하지 않다가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 변경한 회계부정의 배후에는 이 부회장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경영권 승계 목적의 부당 합병 등의 혐의로 볼 때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는 식으로 청구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도 내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26, 29일 두 차례 소환조사에서 “관련 보고를 받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사실로 볼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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