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어찌하나” 남북 군사합의·표현의 자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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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어찌하나” 남북 군사합의·표현의 자유 딜레마

입력
2020.06.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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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전단 살포 금지 법률 제정 추진…위헌 소지 다분

9·19 군사합의 위반이지만…국방부, ‘명시적 인정’ 어려운 처지

2016년 4월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리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북한이 4일 남측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생겼다. 남북관계는 물론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삐라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삐라 살포를 막을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여기에 삐라 살포 행위의 9ㆍ19 남북 군사합의 위반 논란까지 불거져 더욱 난처한 상황이다.

삐라 살포가 남북 합의 위반이라는 점은 정부도 강하게 부인하지 못한다. 2018년 평양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군사합의는 항공기 종류 별로 비행금지구역을 적시했다. 기구(氣球)의 경우 군사분계선(MDL)에서 25㎞ 이내 상공엔 띄우지 못하도록 했다. 전단 살포에 활용되는 풍선 역시 기구에 포함된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따라서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 행위는 합의 위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켜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중단돼야 한다”면서도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군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남북합의 위반 여부를 공식 인정할 경우 향후 삐라 살포 때마다 군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우려한 입장 표명으로 보인다.

근본적 해법은 법률 제정을 통한 삐라 살포 규제지만, 이 역시 표현의 자유 보장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통일부는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해 접경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는 취지의 법을 통해 삐라 살포도 막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헌법 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 위헌 논란도 여전하다. 실제 2015년 삐라 살포 단체가 경찰의 살포 제지 조처를 두고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삐라 살포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제지할 수 없지만, 국민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제지 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정부에 배상 책임을 묻지 않았으나, 표현의 자유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본 1심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2018년 대북 전단 살포 시 사전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한때 추진됐지만 이 역시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표현의 자유를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게 맞다”며 “표현의 자유와 다른 법익 간 조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21대 국회에서 ‘접경지역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 형식으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반대, 위헌 소지 해소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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