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밖으로 나온 것 같다.’ KF80 보건용 마스크를 벗고 비말(침방울)차단용 마스크를 쓰자마자 든 생각이다. 4일 방문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있는 충북 오송의 낮 기온은 31도까지 올랐다.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5분만 걸어도 얼굴에 땀이 차는 무더운 날씨. 하지만 모양은 같아도 좀 더 얇은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쓰니 숨 쉬기가 훨씬 편했다. 보건용 마스크를 썼을 땐 스스로 내뿜은 콧김이 차올라 더 더워졌지만,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그런 느낌이 덜했다.
이날 식약처의 도움으로 5일부터 시판될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를 미리 착용해봤다.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수술용(덴탈)마스크처럼 얇지만 비말을 효과적으로 막는다. 입자 차단 수준이 KF 마스크의 55~80%로 정도다. 때문에 식약처는 폭염이 예상되는 올 여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개발했다.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눈으로 봐도 보건용 마스크보다 훨씬 얇았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얼굴색이 비치는 정도다. 이는 일반 보건용 마스크가 3~4겹 구조로 되어있는 반면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2겹 구조이기 때문이다. 비말차단용 마스크의 중량도 2.5~3g으로 보건용 마스크의 절반(5g) 수준이다. 바이러스 차단 역할을 하는 ‘MB(멜트블로운) 필터’가 보건용 마스크에는 개당 약 40g, 비말차단용 마스크에는 약 20g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다만 이처럼 구조가 달라 비말차단용 마스크로는 미세먼지(PM10)나 초미세먼지(PM2.5)를 막기는 어렵다.
통기성이 좋아 숨 쉬기가 한결 편한 것도 장점이다. 기자가 이날 실내에서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쓰고 일해보니 약 35분이 지나서야 답답함이 느껴졌다. 평소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일할 때 10분만 지나도 숨쉬기 불편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이다. 더운 여름 교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오랜 시간 수업해야 할 학생들이 이 마스크를 활용하면 훨씬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5일부터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지만, 약국ㆍ마트에서 손쉽게 구매하기 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그렇다고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2~3일간 계속 착용하는 건 권장되지 않는다. 김달환 식약처 보건연구관은 “마스크 겉면에 묻은 비말로 감염이 될 수 있어 가급적 한 번만 쓰는 것이 좋다”며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어디까지나 일상생활용이기 때문에 노인 등 고위험군이거나 코로나19 환자를 돌볼 땐 꼭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송=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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