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한동안 잠잠했던 강제동원 배상 문제 재점화
현금화 시기 이르면 연말… 그간 접점 모색 전망
한동안 잠잠했던 한일 갈등이 강제동원 문제를 둘러싸고 재점화하고 있다. 우리 법원이 일본 기업에 대한 압류결정문 공시 송달을 결정하며 현금화 절차를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곧바로 추가보복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일본의 수출규제도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였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임을 지난 3일 외교장관 전화회담을 포함해 반복해서 지적했다”면서 “한국 측이 조기에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한 사법 절차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거듭 주장한 뒤 “일본 기업의 정당한 경제활동 보호 차원에서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의 압류 자산이 현금화(매각)할 경우 보복조치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지난해 말 “무역 재검토나 금융 제재 등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최근 “일본 내 한국 기업의 자산 압류와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등을 포함한 두 자릿수의 옵션이 준비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법원이 압류결정문 송달 시한인 8월 4일 이후 채무자 심문 등을 거칠 예정이라 실제 현금화는 빨라야 연말 정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아직은 외교적 해법찾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사법 판단을 존중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피해자의 권리 실현과 양국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논의한다는 열린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도 NHK방송에 “향후 당국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 측이 책임지고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일본과 “행정부는 민사소송에 개입할 수 없다”는 한국 간 이견이 여전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다. 자칫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에 이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같은 ‘강 대 강’ 국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편, 진보성향의 도쿄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둘러싼 양국 대립이 재연될 기미를 보인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역 제한은 피해야 하고 지금이 재검토의 호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무역관리) 제도나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부분적으로라도 해제해서 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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