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과는 별개다. 이 부회장은 금융위원회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6개월 만에 다시 구속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불법 여부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이다.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유리하게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의 단초가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회계 사기 의혹 역시 의도적인 분식회계가 맞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두 가지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사실이라면 자본시장의 질서를 뿌리째 뒤흔드는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이 부회장이 지난 2일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직후에 이뤄져 논란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 측은 “전문가 검토와 국민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려는 정당한 권리가 무력화돼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심의위 요청과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로부터 관련 자료를 보고받은 물증이 충분히 확보됐을 뿐 아니라 증거 인멸 우려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수사팀은 “영장 청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내부 이견은 없었다”고도 했다.
영장 청구와는 별개로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심의위 소집 절차는 그대로 진행된다고 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사실상 수사심의위가 무의미해지는 반면, 기각되면 피해자의 권리를 훼손한 책임이 검찰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법원의 결정을 지켜보는 게 합당해 보인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의 오너가 끊임없이 불법 시비에 휘말리는 건 삼성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불확실성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는 게 최선이다. 법원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진실을 규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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