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방위로 번지면서 규제ㆍ제재를 수단 삼은 옥죄기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엔 언론ㆍ항공 분야로 불똥이 튀었는데, 미국은 중국 최대 매체 CCTV까지 규제 목록에 올려놨다. 양국은 또 상대 항공사의 취항 금지를 놓고 치고 받으면서 하늘 길도 막히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 행정부가 이르면 4일 CCTV와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사(CNS)를 포함한 최소 4개 매체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외국 사절단’에 추가 지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외국 사절단에 이름을 올린 매체는 미 국무부에 전 직원 명단 제출과 자산 등록이 의무화된다. 신규 자산 획득 시 사전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 조치는 쉽게 말해 언론 매체라도 중국 메시지를 전파하는 ‘정부 기관’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2월 양국은 같은 사안으로 ‘언론 전쟁’을 벌인 바 있다. 국무부가 당시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매체 5곳을 외국 사절단에 지정하자, 중국도 뉴욕타임스 등 미 유력 신문의 중국 특파원을 사실상 추방했다. 통신은 “이번 추가 지정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한 미 행정부의 보복 성격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항공 분야도 새로운 전장으로 떠올랐다. 미 교통부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16일부터 중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의 미국 운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노선을 운항 중인 에어차이나, 남방ㆍ동방ㆍ하이난항공 4개사가 적용 대상이다. 원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 델타ㆍ유나이티드항공 등이 중국 취항을 자체 중단했지만, 사태 완화에도 중국 측이 허가를 미루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교통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면 조치가 앞당겨 발효될 수 도 있다”고 압박을 더했다.
중국은 “손해가 더 큰 쪽은 미국”이라며 느긋한 입장이다. 중국 항공업계 관계자는 4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 정부는 중국과 항공운항을 재개하라는 자국 기업들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 퀄컴 등 미 대표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항공편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날 중국 민항국은 기존 국제 운항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항공사가 8일부터는 매주 한 편의 국제선을 운용할 수 있다고 공지해 미 항공사의 취항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더해 미 상무부는 중국의 반발에도 지난달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기업 및 기관 33곳에 대해 5일부터 예정대로 제재를 발효할 방침이라 미중 격돌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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