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폭염특보 마스크 쓰니 체감온도는 40도 넘어
재난도우미 4800여명 취약계층 챙기고 양산쓰기 운동도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에는 찜통더위가 벌써 시작됐심더. 마스크까지 써야 하니 6월 초인데도 한여름이 따로 없네예.”
4일 낮 12시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대구 중구 동성로. 아스팔트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거리마다 시민들은 땡볕을 피해 그늘을 찾느라 바빴다. 대구의 명물 ‘김광석거리’에는 인적을 찾기 어려웠다. 양산과 부채로 더위를 피해보지만 마스크는 무더위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기자가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동성로를 걸은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곧 등이 축축해지면서 긴팔 셔츠 착용을 후회했다. 사우나가 따로 없었다.
마스크 속 날숨은 얼굴을 달궜고, 들숨도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콧잔등에도 땀방울이 맺혔고, 마스크도 눅눅해졌다. 횡단보도에서 잠시 마스크를 턱까지 내렸더니 무심하게 흘긋 보는 시선이 햇살보다 따가웠다.
이날 현재 6,88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에서 굳이 행정명령이 아니더라도 마스크 착용은 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 오래다. 일부 덴탈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도 보였지만 무더위를 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동성로에서 만난 김지수(27ㆍ수성구 범어동)씨는 “덴탈마스크는 외출 시, KF-94는 실내용으로 2개를 챙겨 나왔다”며 “벌써부터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올 여름 날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내 한 분식집 사장도 “손님들마다 덥다고 한 마디씩 하셔서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틀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동맥인 달구벌대로 9.1㎞에도 시원한 물줄기로 도로를 식히는 클린로드 시스템이 어김없이 가동됐다. 오후 2시 중구 삼덕네거리에서도 차량들이 물이 흥건한 도로를 찰박거리며 지나갔다. 대구시설공단은 매일 새벽 4시30분과 오전 10시, 오후 2시 3차례 클린로드 시스템을 가동한다. 폭염특보가 발령된 이날은 오후 7시에도 물을 뿌렸다.
이날 오후 4시7분 대구의 최고기온이 35.1도를 기록했다. 땡볕 아스팔트의 복사열에다 마스크 열기까지 더하면 체감온도는 40도 저지선을 뚫고도 남았다. 대구는 동풍이 부는 6일쯤 폭염특보가 해제될 것으로 대구기상청은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 극복이 도시의 최대 과제였던 대구에서는 폭염대책도 남다르다. 냉풍기가 폭염취약계층 1만여 가구에 지원되고, 재난 도우미 4,800여명이 비대면, 비접촉 방법으로 독거노인과 노숙인, 쪽방 주민의 건강을 확인한다.
또 체감온도를 10도 낮춰주는 양산쓰기 운동이 남녀 구분없이 펼쳐진다.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대구 사나이도 하얀 마스크에 하늘색 양산을 들고 도심을 누벼야 한다. 동성로와 김광석길, 근대골목 등 도심 주요거리 6곳과 도시철도 3호선의 청라언덕역, 매천시장역, 수성구민운동장역에서는 양심 양산을 시민들에게 빌려준다.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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