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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힐링 음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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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힐링 음식’ 여행

입력
2020.06.05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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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위로'를 쓴 음식 칼럼니스트 에밀리 넌. 마음산책 제공
'음식의 위로'를 쓴 음식 칼럼니스트 에밀리 넌. 마음산책 제공

상실 좌절 고통의 순간, 누군가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 준다면 그만한 위로도 없다. 자신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위로 음식 일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할 완벽한 음식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라는, 기나긴 원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깊은 상심과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음식 전문 칼럼니스트가 ‘위로 음식’을 찾아다니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와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에서 오랜 기간 음식 전문 기자로 일해 온 저자 에밀리 넌은 사랑하는 남자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작은오빠 올리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1년 차이로 생일이 같은 데다 여러모로 닮아 친밀한 사이였던 오빠를 잃은 저자는 그 충격으로 알코올중독에 빠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넌은 약혼자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그와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도 곧 나와야 할 처지에 몰린다. 수년 전부터 전업주부로 지내던 터라 그의 수중에 있는 돈은 고작 240달러의 잔고가 남은 통장뿐. 와인 몇 잔을 들이켠 그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연을 미주알고주알 쏟아 내고 잠이 든다.

비난이 쏟아졌을 거라 생각하며 페이스북에 로그인한 넌은 엄청난 양의 댓글 모두가 따뜻한 위로로 채워져 있다는 데 깜짝 놀란다. 오래전 고교동창부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페친’까지, 수많은 이들이 남긴 다정한 댓글에 감동한 그는 한 친구의 제안대로 ‘위로 음식’ 여행을 떠나 보기로 한다.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고 멀리서 동경해 왔던 사람들을 만나는 위로 음식 투어” 말이다. 작은오빠처럼 인생을 끝내진 않겠다는 의지였다.

우선 재활센터에 입소해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은 넌은 샌타바버라에 사는 친언니 일레인의 집에 잠시 머문 뒤 사촌 토니가 사는 애틀랜타를 시작으로 긴 여행에 나선다. 그는 가족, 친척, 친구들을 만나 ‘위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레시피를 받아 적으며 자신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 나간다.

음식의 위로

에밀리 넌 지음ㆍ이리나 옮김

마음산책 펴냄ㆍ368면ㆍ1만5,000원

‘음식의 위로’는 음식에 관한 책인 동시에 마음에 관한 책이다. 음식을 통해 단절됐던 가족과의 관계, 오래도록 방치해 뒀던 자신의 내면을 차근차근 들춰 보고, 음식을 통해 상처를 치료하며 삶을 배워 가는 과정을 그린다. 음식 사진 하나 없지만 섬세한 언어로 써 내려간 여행 일지는 트라우마에서 치유로, 자학에서 자기애로, 고통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며 감동을 안긴다. 라구 볼로냐, 게 스튜, 레몬 케이크, 무화과 타르트 등 길어지는 여정을 따라 다양한 레시피가 소개되는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낯선 음식이 많아 한 번쯤 시도해 보고픈 마음이 들게 한다.

넌은 여행을 마친 뒤 주방 보조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행복을 되찾는다. 그는 “음식은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데 기준이 돼 주었다”면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열린 마음으로 나눠 먹으라. 그러면 똑 같은 선물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할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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