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학교의 역할, 교직원의 임무를 분명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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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학교의 역할, 교직원의 임무를 분명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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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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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등교마저 수차례 연기되며 정신없을 때 느닷없이 불거진 두 개의 사건이 학교를 흔들었다. 하나는 성명서였다. 충남교육청노조위원장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에는 ‘교사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긴급돌봄수당을 챙기며 돈 잔치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입법 예고였다. 교육부가 발표한 ‘초ㆍ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에는 방과후학교 및 돌봄교실 운영을 학교의 사무로 규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원격수업, 긴급돌봄까지 투입되며 정신없는 와중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두 개의 사안에 교원들은 분노했다. 여러 교원단체가 나서서 성명서를 발표한 당사자에게는 사과를, 교육부에는 입법 예고 철회를 요구했다. 성명서 발표자는 인터뷰를 통해 사과할 뜻이 없다는 의중을 밝혔다. 급기야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은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민감한 시기에 합심해서 이 위기를 극복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일로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어려운 시기에 괜한 잡음을 만들기 싫어 그냥 넘길까 했지만 고쳐 생각해 보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기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모른 채 한 것이 갈등을 키워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일도 많았으니 말이다. 결국 나는 단체를 대표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표하여 교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당사자를 고소했다. 교육부의 입법 예고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발표했다.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운영의 난맥상을 해결하려는 교육부의 의지는 적절하지만 그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학교 밖에서야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 두 사안은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어떤 일을 맡겨도 학교에서 척척 해내니 겉으로는 번지르르할지 몰라도 속은 곪아가고 있었다. 법적으로 모호한 학교의 역할과 교직원의 임무를 정비하지 않고 지침으로 땜질 처방하며 학교에 강제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오죽하면 “경로당만 들어오면 학교에 다 들어온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하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학교교육의 의미와 역할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교가 감당해야 할 일이 늘어날수록 학교교육이 소홀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를 우려하는 학교의 목소리를 그저 일하기 싫어서라고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학교에 모든 것을 떠맡기는 것은 교육과 보육 나아가 고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직원의 임무는 더 모호하다. ‘대한민국헌법’이 밝힌 대통령의 임무만 해도 20개 조에 달한다. 각 조의 항까지 들여다보면 임무 수행의 내용 및 구체적인 절차까지 밝히고 있다. 반면에 ‘초ㆍ중등교육법’이 밝힌 교장의 임무는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ㆍ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는 한 문장이 끝이다. 교장은 임기마저도 없다가 겨우 정하더니 공모교장 재임 기간은 임기에서 제외하는 단서를 둠으로써 공모교장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다른 교직원들의 임무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교직원 간의 갈등은 대부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미 해오던 일도 많은데 학교에서 부담해야 할 일이 자꾸 늘어 가는 상황에 그 일을 누가 해야 하는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아동의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양육, 보육, 교육에 대한 당사자들의 권한과 책임을 법적으로 분명히하고, 이에 합당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땅히 할 일이다.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방과후활동과 돌봄교실을 법제화하고 교직원의 임무도 구체화해야 한다. 교육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입시정책은 공론화, 숙의 등을 해가며 요란을 떨더니 정작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학교의 역할, 교직원의 임무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무심하단 말인가?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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