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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유월에 담긴 어문 규정의 원리

입력
2020.06.0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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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언어는 변화하는데, 대개 말소리가 먼저 변하고 글이 이를 따른다. 한자어도 예외가 아니어서 본음과 다른 음으로 변하기도 한다. 대표적 예가 ‘동네’인데 한자어 ‘동내(洞內)’에서 왔다. ‘ᄂᆡ>내’로 바뀐 ‘內’의 음이 이 말에서만은 ‘ᄂᆡ>네’로 바뀌어 고유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한자어의 본음이 변하여 널리 퍼진 음을 ‘속음’이라 한다. 표준어 규정에서는 속음대로 쓰는 것을 표준어로 꽤 인정했다. 이에 따라 ‘宅(집 택)’은 ‘자택(自宅), 택배(宅配)’에서는 본음대로 쓰지만 ‘媤宅(시댁), 宅內(댁내)’에서는 속음인 ‘댁’으로 쓴다. ‘과당(果糖)’에 쓰인 ‘糖(엿 당)’이 ‘설탕(雪糖), 사탕(砂糖)’에서 ‘탕’으로 쓰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댁, 탕’과 같은 속음은 다른 음운현상과는 달리 도드라지는 규칙이나 일관성이 없다.

이러한 속음은 더 제한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八(여덟 팔)’이 ‘初八日(초파일)’에서만 ‘파’이고, ‘六(여섯 륙)’은 ‘유월(六月)’과 이를 포함한 ‘오뉴월(五六月)’에서만 ‘유(뉴)’이고, ‘愎(괴팍할 퍅)’이 ‘乖愎(괴팍)’에서만 ‘팍’인 것은 일부 단어에서만 속음이 쓰이는 예이다. 그리고 ‘議論’의 ‘論(논할 론)’은 의미의 차이에 따라 속음이 쓰이는데, 각자의 의견을 제기함의 뜻으로는 본음인 ‘의론’으로 쓰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음의 뜻으로는 속음인 ‘의논’으로 쓴다.

어문 규정은 규칙과 논리를 중시하지만, 우리가 쓰는 말을 따르는 것이 대원칙이다. 그러기에 속음이 살아남고 표기에도 쓰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육월’이 아닌 ‘유월’이 표준어가 되고 이를 그대로 적는 것은 ‘유월’로 함께 말하는 화자인 우리가 어문 규정의 주인이라는 근거이기도 하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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