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높이에서 가슴으로 배트 쥔 위치 내려 “바꾼 폼 100% 만족”
올 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으로 빅리그에 도전할 자격을 얻는 NC 간판 타자 나성범(31)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타자 중 한 명이다. KBO리그를 미국 전역에 중계하고 있는 ESPN의 존 샴비 캐스터는 “나성범은 정말 좋은 타자”라며 “아마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4년부터 3년간 NC에서 나성범과 함께 뛰었던 빅리거 에릭 테임즈(워싱턴)도 ESPN 중계에서 “과거에 같이 있을 때보다 더 강해졌고 영리해졌다”며 “빅리그에서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2012년 NC의 창단 멤버로 2013년부터 1군 무대를 누빈 나성범은 수년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찰 대상이었다. 선수 본인 역시 꾸준히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꿈을 향해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3할 타율-20홈런을 찍은 타격 폼을 버리고 새로운 폼으로 지난 시즌 타석에 섰다. 하지만 새 폼에 적응하기도 전인 지난해 5월 무릎을 크게 다쳐 시즌 아웃 됐다.
올해 건강하게 복귀한 나성범은 지난 시즌보다 한층 더 완성된 타격 폼으로 무시무시한 타자가 됐다. 3일 현재 25경기에서 타율 0.327 8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엔 23경기에서 4홈런을 쳤는데, 벌써 8개를 가동했다.
나성범이 완성한 타격 폼의 핵심은 배트를 쥔 손의 위치를 귀 높이에서 가슴까지 내려 공 닿는 시간을 짧게 만드는 것이다. 나성범은 4일 “폼 교정은 컨택트 능력(공을 맞히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며 “타격 시 공까지 가장 빨리 배트를 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꾼 폼은 100% 만족한다”면서 “작년에는 폼을 만들어나가던 과정이었고, 올해 조금 더 완성된 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기존에도 좋았던 타격 폼을 바꾼 이유에 대해선 “어느 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조금 더 발전한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답했다.
새 폼은 KBO리그보다 훨씬 더 빠른 공을 뿌리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아무래도 빅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빠르기 때문에 배트 위치를 낮추면 공에 맞는 순간까지 빠른 스윙을 가져가 대처를 할 수 있다”며 “테이크 백 동작이 크면 스윙 궤적도 커지면서 힘이 실리는 대신 공 맞는 순간까지 시간이 늘어난다. (테이크 백 동작을 줄인) 현재 나성범의 폼은 힘이 덜 실릴 수 있지만 선수가 이미 충분한 파워를 갖췄다면 장타를 살리면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나성범은 매년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부진 근육질 몸을 만들었고, 현재 타격 폼으로도 8홈런(2위) 0.622의 높은 장타율(5위)을 뽐내고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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