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대불노인복지관 사무장
대불노인복지관은 지난 2018년 사회복지시설평가를 평가에서 A를 받았다. 2015년에 민간위탁으로 전환되기 전에는 으레 F를 받아들기 일쑤였지만, 3년 만에 대반등을 이뤘다. 종전 평가대비 개선시설 중 상위 3% 안에 들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시설로 장관표창까지 받았다. 김민희(35) 사무장이 한 달 넘게 꼼꼼하게 평가 준비를 지휘한 결과였다. 그는 “직원들과 밤을 새워가며 힘들게 일했는데, 결과표를 받아보고 나서 한 달치 피로가 한꺼번에 날아갔다”면서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게 준비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김 사무장은 ‘계획의 달인’이다. 늘 꼼꼼하게 계획을 짠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서 만일의 경우까지 모두 챙긴다. 준비가 힘들지만 그 덕에 실수나 누수가 거의 없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 3월에 사회복지법인 가정복지회에 입사해 달서구에 있는 신당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했다. 그 당시 지역보호팀 팀원으로 일했다. 처음에는 실수투성이었다. 워낙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 많은 까닭이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사회복지사가 제 길이란 생각을 한번도 버린 적이 없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 맞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사회복지사 초년 시절에 ‘내가 왜 이렇게 일을 못 하지’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어요.”
1년 가까이 혹독한 수련기를 거친 후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 방문복지팀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지나간 시행착오를 소중한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계획의 패턴도 수정했다. 초창기에는 3일이면 될 일이라고 가정하고 계획을 잡았다면 그때부터는 아예 일주일 전부터 시작하는 식이었다. 또한 변수의 폭을 훨씬 넓게 잡았다. 충분한 여유와 뜻밖의 상황을 대비해 일을 처리해나가자 실수가 거의 없어졌다.
“노인복지관은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하루 종일 크고 작은 민원이 넘쳐요. 수천명의 회원이 함께 이용하는 기관이다 보니, 아무리 용을 써도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어요. 어르신들에게 ‘안 된다’고 말해야 할 때가 아직도 힘들어요. 일에선 똑 부러지면서 동시에 관계에서는 늘 친절하고 친근함을 잃지 않는 조화로운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다음 목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이다. 김 사무장은 “일터에서 야근을 할 때마다 집에 있는 두 아들이 눈에 밟혔다”면서 “일만큼 가정에도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소속된 가정복지회가 가족친화기업인증을 받았단 사실도 마음에 찔렸다. 그는 “가정을 소홀히 하는 건 복지회 식구로서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최초의 비행기가 자동차 제작자가 아닌 시골에서 자전거를 만들던 라이트 형제의 손에 탄생한 건 비행기와 자전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균형감각 때문이었다고 해요. 일과 가정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하면 결국 날지 못하는 비행기처럼 고꾸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언제가 절정의 균형감각을 터득하면 힘차게 솟구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고민하고 성찰하고 또 구체적인 방안들을 찾아가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하는 엄마들, 파이팅입니다!”
진승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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