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서 ‘알바 체험기’
집단감염 사태 이후 긴장감 팽팽 하루 4번 체온 측정·마스크 확인
에어컨 없어 땀에 젖은 채 일 해… 숨 찰 땐 가끔씩 마스크 벗기도
투잡까지 일용직 하루 100여명 “코로나 무서워도 가릴 처지 아냐”
마스크를 착용하고 종이상자에 상품을 채워 넣는 단순 작업을 30분 정도 반복하자 온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마스크 역시 흠뻑 젖었다. 물류센터 관리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마스크 꼭 써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도 간간이 마스크를 벗고 벅찬 숨을 돌리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 부천시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공포가 수도권을 뒤덮은 가운데 일용직 근로자로 지원해 물류센터에서 땀을 흘렸다. 일용직이 많은 인력구조라 대형 창고는 감염 위험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하루를 보낸 서울 송파구의 쿠팡 서울1센터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필품 주문이 크게 늘면서 쿠팡은 일용직을 대거 모집하고 있다. 지난 1일 구직 사이트에서 ‘쿠팡’을 검색하자 다음 날부터 바로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가 수백 개 쏟아졌다. 서울1센터를 골라 ‘일을 하고 싶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쿠팡 채용 담당자가 “당장 내일 아침부터 업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쿠팡 측은 “체온 측정을 먼저 해야 되고 해외 방문 이력이 있는 지인이나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채용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특히 서울1센터는 지난달 말 확진자가 발생한 마켓컬리 물류센터와 인접한 곳이라 마켓컬리 근무 경험까지 확인했다. 이렇게 채용 확정까지 딱 두 시간이 걸렸다.
2일 오전 9시 30분 서울1센터에는 벌써 ‘10시 근무조’에 일하러 온 9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남성 5명에 여성이 4명이고, 대부분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입구 바닥에는 1m 간격을 두고 기다리도록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문진표를 작성한 뒤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했다. 37.5도가 넘으면 진입 금지였다.
체온 측정을 통과해 물류센터 2층에 배치됐다.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 상품 포장을 하는 직원들에게 제때 필요한 종이상자를 공급하는 업무였다. 상자는 크기에 따라 2호부터 39호까지 다양했다. 혼자서 20명의 직원에게 계속 상자를 나르는 게 만만치 않았다. 쉴 새 없이 움직이자 마스크는 금방 땀에 젖었다. 에어컨은 보이지 않았다. 드문드문 대형 선풍기가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 소음이 커서 일부 관리자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일용직에게 지시를 하기도 했다.
낮 12시 50분이 되자 컨베이어 벨트가 멈췄다. ‘숨막히는 노동’ 끝에 찾아온 50분간의 점심시간. 서울1센터엔 구내식당이 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당분간 도시락이 제공된다고 했다. 식사 장소는 휴게실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구내식당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는데 휴게실이라 그런 건 없었다. 대부분 1m 정도 간격으로 떨어져 식사를 했지만 일부 정규직 직원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점심시간이 끝나자 ‘코로나19 방역전담팀’이 다시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 착용 상태를 점검했다. 하루 4회 이뤄지는 체온 측정에서 37.5도가 넘으면 바로 귀가조치다.
오후 6시에 일이 끝났다. 최저시급(8,590원)으로 7시간을 일해 약 6만원을 벌었다. 매 시간 별로 근무조가 운영돼 이날 서울1센터를 거쳐간 일용직은 어림잡아 100명이 넘었다. 짧게는 4시간만 일을 할 수도 있어 ‘투잡’을 뛰는 이들과 젊은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워낙 귀해져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첫 근무였다는 한 대학생은 “코로나가 무섭긴 해도 요즘 카페에도 일자리가 없다”면서 “당일치기 일자리는 그나마 쿠팡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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