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강연서 “말로만 하는 자유, 도움 안 돼”… 기본소득 등 구현 정책 꺼낼 듯
‘파괴적 보수 혁신’을 예고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번째 작품은 ‘물질적 자유’다.
김 비대위원장은 3일 “정치의 근본적 목표는 물질적 자유의 극대화”라고 했다. ‘물질적 자유’에 대한 그의 정의는 “배고픈 사람이 빵을 사먹을 수 있는 자유,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다. 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약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다. 보수가 받드는 고전적 의미의 자유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로써 김 위원장은 통합당이 선보일 정책 기조가 ‘약자와의 동행’에 있음을 재확인했다. 보편적 복지ㆍ사회안전망 강화ㆍ양극화 해소 등 진보가 독점한 어젠다를 적극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구상이다. 기본소득제 도입을 비롯해 ‘돈을 쓰는 정책’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당 초선 의원 공부 모임 강연에서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는 말로만 하는 형식적인 자유로, 인간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안으로 ‘물질적 자유’를 제시했다. 정치권의 언어를 뒤집어 판을 흔드는 데 능숙한 김 위원장다운 조어다. ‘세속적’ ‘금전적’류의 분위기를 풍기는 ‘물질적’을 기성 정당이 핵심 표제어로 내세운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보수가 중시하는 ‘품위’를 던져버릴 때가 됐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돈이 없어서 빵을 먹을 수 없다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간 보수가 추구한 자유는 ‘허망한 자유, 그들만을 위한 자유’라는 일침이다. 그는 이어 “통합당에서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구현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물질적 자유를 구현할 핵심 정책으로 기본소득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소득제는 소득ㆍ재산ㆍ근로 여부 등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다만 막대한 재원 확보가 관건이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도입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재원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해도 시행이 쉽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할 단계”라고 여지를 두었다. 그는 이날 비공개 강연에서 “재정 확대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기본소득제에 한층 무게를 실었다고 한다. 통합당이 재원 문제를 고려해 기본소득제를 청년 대상으로 우선 도입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강연에서 “거대 여당은 오히려 입법 능력이 떨어지니 겁먹을 필요가 없다. 민생 관련 입법 활동을 하는 데 숫자는 상관 없다”고 격려했다. 188석의 거대 범여권의 위세에 위축되지 말라는 뜻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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