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영남 간판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이 당대표 경선(전당대회) 출마 뜻을 당내 인사들에게 밝혔다. 그 시점이 미묘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대구ㆍ경북(TK) 지역 출마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한 당일이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대세론에 맞선 후발 주자들의 연대가 본격화하는 등 여권 대선 구도가 흔들리는 신호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전 의원은 이달 1일 정 총리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주재한 만찬에 참석했다. TK 낙선자 20여명을 위로하는 자리였다. 김 전 의원은 만찬 직후 다른 참석자들과 따로 자리를 만들어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정 총리가 김 전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러 자리를 만든 게 아니냐는 얘기가 오르내린다.
이 전 총리는 오는 8월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아 당내 지지 기반을 다진 뒤 대선으로 가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 총리로선 그 그림을 흔들어야 한다. 김 전 의원은 당권 레이스에서 이 전 총리를 견제할 유력한 대안이다. 김 전 의원이 정 총리의 간접 지원을 기대하고 당권 도전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도 있다.
정 총리와 김 전 의원은 친분이 깊다. 2005년 정 총리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지낼 때 김 전 의원에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겼다. 그러나 정 총리 측은 “김 전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의원이 ‘이낙연 대세론’의 적수가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당내 평가는 “김 전 의원이 가시밭길을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ㆍ권리당원 규모부터 영남보다 호남이 많다. 김 전 의원은 뚝심과 호소력이라는 개인기에 더해 친문재인계의 조직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이 대선 출마를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규정상 2022년 3월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할 적임자’임을 내세워 이 전 총리와 차별화한다는 시나리오다.
김 전 의원 합류로 대표 경선이 ‘이낙연 추대’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 쑥 들어갔다. 친문재인 그룹의 홍영표 의원과 당내 최대 계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좌장인 우원식 의원도 당권 도전 의사가 확고하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 전 총리를 견제하는 당내 심리가 상당하다”며 “비(非) 이낙연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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