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총선서 관악을서 맞붙어
2016년엔 金, 李 공천서 배제
金 비대위원장 취임 인사차 방문
李 “힘든일 맡아” 金 “내 팔자”
원 구성 협상 두고 신경전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만 공당의 결정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정치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2016년 3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당시 그는 낙천에 강력 반발해, 공천을 주도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당선됐다.
얄궂은 인연의 시작은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1988년 13대 총선 당시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이 대표가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출마한 김 위원장에 4%포인트차로 승리했다.
그로부터 32년이 흐른 3일 이번에는 미래통합당 지휘봉을 잡게 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가 만났다. 여야 대표 자격으로 마주 앉은 것이다. 이날 취임인사차 민주당 대표 사무실을 찾은 김 위원장은 이 대표가 앉은 자리를 가리키며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허허” 웃으며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으니 (통합당을) 새로운 모습으로 (이끌어달라)”라고 화답했다. “어려운 일을 맡으셨다”는 이 대표 말에 김 위원장이 “팔자가 그렇게 되나 보다”라고 답하자 좌중에선 웃음이 터졌다. ‘지난 일은 넣어두자’라고 결의라도 한 듯, 이후 대화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3차 추경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며 조속한 처리에 협조를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내용을 보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교착상태에 빠진 원 구성 협상을 두고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김 위원장이 “7선으로 의회 관록이 가장 많으신 분이니까 과거의 경험을 보셔서 빨리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5일 단독개원을 예고한 민주당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5일에 (개원을) 하도록 돼 있다. 기본적인 법은 지키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하고 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역으로 통합당의 협조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을 마친 뒤 배석자 없이 5분간 이 대표와 단독으로 대화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만남에서는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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