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우 제33대 성균관장, 조직 통합 등 해결 과제 산적
가칭 ‘세계유교연합’ 신설해 동아시아 유교 발전 선도
“분열된 성균관 조직을 통합해 유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들과의 거리를 다시 좁히겠습니다.”
3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 유림회관에서 만난 손진우(85) 성균관장은 끊임없는 반목과의 단절을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다. 조선시대 국립대학인 성균관은 현재 유림의 대표기구다. 그러나 실제 조직 운영은 종무(宗務)를 담당하는 성균관, 재단법인 성균관, 교육사업 등을 담당하는 성균관유도회총본부 등으로 흩어져 있다.
지난달 28일 취임한 손 관장은 “1962년 고착된 체제를 하나로 묶는 데 지금이 최적기”라며 “3년 임기 내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재단법인 성균관은 천안연수원 건립 사업에 40여억원을 투입해 사실상 파산 상태이고, 성균관유도회총본부는 열악한 재정으로 교화, 인성교육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성균관 중심의 통합이 불가피한 이유다.
10년 전만 해도 이 조직들은 수시 소통으로 제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석전대제(공자 등 선현에게 지내는 제사) 등 종무 집전 명분의 성균관, 돈줄을 쥔 재단법인, 10만명의 간부를 보유한 성균관유도회가 각각 자신들이 최고라며 우기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손 관장은 “지금은 ‘따로 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통합’은 유림의 해묵은 과제였다. 성균관 수석부관장, 재단법인 성균관 이사장 등을 거친 손 관장이 이를 모를 리 없었고 ‘각 조직의 기능을 유지한 통합 운영’을 제1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통합 과정이 완료되면 유림 단합 효과와 아울러 대외 업무 창구 일원화 등으로 명실상부한 성균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이달 중으로 성균관과 재단법인 성균관이 통합 절차를 밟는다. 두 달 뒤 성균관유도회장 선거에서 신임 회장이 뽑히면 추가적인 통합 논의가 예정이다.
인공지능(AI), 4차산업 등으로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밀리고 있는 유교지만, 손 관장은 “바른 인성을 강조하는 유교의 덕목은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바른 인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어떤 첨단 문명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말의 성찬에만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옮길 계획이다. 최근 성균관대와 인성 교육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성균관대와 창경궁 사이 주택가를 ‘인성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유교 현대화를 위해 세계유교학술원(가칭)을 설치해 과거 답습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손 관장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유구한 전통이 동아시아 유교 발전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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