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서울을 탄소 배출 제로의 도시, ‘넷 제로(탄소중립) 도시’로 전환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계 42개 도시 지도자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열리고 있는 온라인 국제회의에서 ‘탄소 배출 없는 서울’을 선언했다. ‘감염병 대응 국제기구’ 설립을 제안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 배경으로 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는 만큼 환경문제에도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향후 세계 도시외교 무대에서 서울의 입지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 시장은 3일 열린 ‘CAC(Cities Against COVID-19) 글로벌 서밋 2020’ 기후 환경 세션에서 ‘기후 위기에 맞선 서울의 비전’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는 도시 과밀, 생태 파괴, 온실가스 증가로 이어지는 효율 중심의 양적 성장은 앞으로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며 “도시운영 시스템을 탈(脫)탄소 체계로 전환하고, 탄소에 의존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탈탄소 사회’로의 변화를 위한 ‘서울 그린 뉴딜’ 정책도 제시됐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도시 건물 체질 변화, 보행 친화 공간 확대, 공원 역할 강화, 재활용 기반 시설 확충, 환경정책 시민참여 강화 등 모두 다섯 가지다.
박 시장이 발표자로 나선 기후 환경 세션은 ‘통섭으로 바라본 기후위기’를 부제로 1ㆍ2부에 걸쳐 약 100분간 진행됐다.
‘도덕경제학’의 저자인 새뮤얼 보울스 박사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등 6명이 지구 온난화가 촉발한 코로나19와 그 이후 사회 대전환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주고받았다.
보울스 박사는 “코로나19로 도시 봉쇄가 내려진 어떤 나라에선 ‘이동 가능자’로 환경 미화원이 분류됐다”며 “코로나19 이후엔 각광받는 직종이 달라질 테고 시장에서 중요하게 여긴 기준과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염병, 기후위기 그리고 도덕경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선 “그린 뉴딜 정책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며 박 시장의 계획을 지지했다. 또 “벌금 부과 같은 방식은 오히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저해한다”고 밝힌 보울스 박사는 “시민성을 갖춘 시민들이 도덕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대사는 “영국은 넷 제로를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자국 사례를 소개하면서 “미래가 없는 기술에 투자해서는 안 되고, 안전하고 녹색지구를 만드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생태전환의 시간’을 주제로 이날 “코로나19 이후 시대엔 슬기로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환경 중심으로 공생을 지향하는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가 살아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AC는 세계 주요 도시 지도자 및 석학들이 모여 코로나19가 국경을 넘어 전 분야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대유행 이후 일상의 대전환을 위해 세계 도시들이 머리를 맞댄 자리다. 서울시에서 올해 처음 기획했다. 미국 LA카운티 재커리 루빈 공공보건부장, 중국 베이징시 리시엔중 교통위원회 국장 등 120여명의 전문가가 지난 1일부터 참여하고 있으며 오는 5일까지 무관중 화상 회의로 진행된다. 행사는 글로벌 서밋 홈페이지(www.cac2020.or.kr)에서 생중계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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