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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계화 가속화… 개방 유지하며 새 다자체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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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계화 가속화… 개방 유지하며 새 다자체제 추진”

입력
2020.06.04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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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 학술대회 

 법인세 낮춰 리쇼어링 유도하고 

 증세논의와 함께 재정지출 통제 

 

미ㆍ중 무역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른 교역 부진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통상 분야에서 ‘탈세계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경제학계의 진단이 나왔다. 학자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도 급변하는 교역 생태계와 신질서에 적응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저성장과 재정 부담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호무역주의 가속… ‘얕은 세계화’가 대안” 

한국경제학회ㆍ국제경제학회ㆍ재정학회가 3일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의 이슈와 전망’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이근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 이후 변화의 핵심은 ‘탈 세계화’”라고 규정했다.

그는 △세계화 △민주주의 △국가주권 세 가지를 모두 추구할 수 없는 국제 경제의 ‘트릴레마(삼중 딜레마ㆍ3가지 중 2가지만 택할 수 있는 상황)’ 가 해소되는 가운데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제 경제 트릴레마란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가 △자유로운 자본이동 △독립된 통화정책 △고정환율제도 가운데 한 가지는 포기해야 한다는 국제경제학계의 ‘불가능의 삼각정리’를 재해석한 개념이다. 로드릭 교수는 국가간 적당한 장벽을 세우는 ‘얕은 세계화’가 오히려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근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로드릭 교수의 제안처럼 탈 세계화를 기회로 삼아 세계화 부분을 축소하고 국가주권과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릴레마 가운데 자유로운 자본이동 부분을 통제해 외환 건전성을 도모하고, 선진국형 강한 통화를 추구해 내수를 자극하는 대신 법인세를 낮춰 기업의 ‘리쇼어링(국내 복귀)’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도 미중 무역 갈등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관측을 내놓으며 이 때문에 기업들이 공급사슬을 재편성해 대응할 수밖에 없고,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탈세계화 흐름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 같은 아시아의 소규모 개방경제”라며 “개방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새로운 다자체제를 마련하는 데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정 역할만큼 지속성도 중요” 

코로나19는 ‘재정의 역할 확대’라는 패러다임의 전환도 유발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확대재정이 정책 영역의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동시에 “(복지 국가에 대한 요구는) 재정의 효율성과 지속성이라는 2가지 전제의 충족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전국민 100% 재난지원금은 비효율적인 재정 집행의 대표적인 예”라고 비판했다.

‘코로나 충격’ 이전인 2019년에 나온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고령화 지출 때문에 2028년 56.7%까지 불어난다. 김 교수는 “여기에 코로나19 예산이 포함되면 채무비율은 67% 이상으로 치솟는다”며 “증세 논의와 함께 재정지출을 통제할 준칙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단기 성장률 향상 못지 않게, 구조적인 저성장 해소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 경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고용비중의 과도한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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