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불꽃 투혼은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지난 2017~19년 시즌당 55~69경기씩 출전해 두산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자처했던 김승회(39)가 그랬고 올 시즌엔 이현승(37ㆍ두산)의 모습이 그렇다.
2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KT의 경기. 8회초 두산의 3번째 투수 윤명준이 흔들렸다. 2사 후 몸에 맞는 공과 연속 안타, 실책으로 3점을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11-4로 여유있게 리드하던 두산은 갑자기 11대 7 턱밑까지 쫓겼다. 특히 상대팀 KT는 타격 5걸에 무려 3명이나 포진된 팀 타율 1위 팀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좌완 베테랑 이현승이 마운드에 올랐다. 이현승은 최근 날카로운 타격감을 뽐내는 1번 타자 심우준을 스트라이크 낫 아웃으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두산은 이날 KT의 추격을 뿌리치고 11-8로 진땀승을 거뒀다.
프로 15년 차 베테랑 좌완 이현승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무너진 두산 허리진을 떠받치고 있다.
2일 현재 이현승은 팀이 치른 24경기 중 절반이 넘는 13경기에 등판,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12이닝 동안 1승 1세이브 3홀드(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톡톡히 기여 중이다. 이현승이 등판한 경기에서 두산은 10승 3패를, 등판하지 않은 경기에서는 5승 6패를 거뒀다.
한국 나이 38세로 적지 않은 나이다. 동년배인 고효준(롯데ㆍ5경기 16.88), 권혁(두산ㆍ8경기 9.64), 박희수(SKㆍ6경기 7.94)가 고전 중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해 종아리 부상으로 9경기(1패 2홀드 3.00) 등판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낸 모습이다.
올 시즌 두산은 불펜에서 큰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7.64로 리그 최하위다. 지난해(3.64ㆍ2위)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시즌 19세이브를 올렸던 마무리 이형범을 비롯해 14홀드 윤명준 등 필승조로 활약했던 젊은 선수들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 이현승의 존재는 두산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 역시 ‘가장 급할 때’ 이현승을 찾고 있다. 지난달 26일 잠실 SK전에서는 3년 만에 세이브도 챙겼다. 이현승은 “보직에 연연하지 않는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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