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확인된 뒤 6개월여가 지났다. 아직도 진행형인 각국의 방역 대처를 가장 단순하게 나누면 대응 잘못한 나라와 대응 잘한 나라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언론의 관심도 두 부류에 쏠린다. 인구 대비 사망자 숫자가 중요한 한 가지 기준이다. 질병관리본부의 3일 기준 집계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영국이 58.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스페인(58.5명), 이탈리아(56.6명), 프랑스(44.2명), 미국(32.2명) 순이다. 독일이 잘했다지만 10.4명이다.
□ 대응 잘한 나라는 대만,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한국 등이 꼽힌다. 모두 사망자 수가 0.5명 이하다. 그런데 둘 사이에 뭐라 말하기 모호한 나라들이 있다. 발병 진원지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를 활용한 강력한 봉쇄로 사망자 수를 0.3명으로 억제했다. 애초 검사에 소극적이고 그렇다고 봉쇄 정책을 밀어붙이지도 않아 우려를 샀던 일본도 0.7명으로 나름대로 선방 중이다. 코로나 대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포린 폴리시)던 서구 언론의 비판 논조도 “대참사 직전에서 성공 사례로”(가디언)라며 바뀌는 듯하다.
□ 일본은 검사 역량이 늘었음에도 여전히 엄격한 증상 기준에 못 미치면 검사를 제한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접촉자를 추적하지만 우리처럼 GPS, 신용카드 기록까지 뒤지지 않는다. 초기부터 확진자 수를 의도적으로 줄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 이유다. 그게 맞다면 방치된 수많은 감염자가 숨지는 사태가 발생해야 한다. 아사히신문이 분석한 국립감염증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3월 도쿄의 사망자 수는 직전 4년간 평균보다 324명 많았다. 같은 달 코로나 사망자가 15명이니 역시 숨긴 건가 싶지만, 코로나 확산 전인 1월에도 457명이 늘었다. 매년 증가하는 사망자 추세에서 벗어난 건 아니라고 한다.
□ 출근길 지하철 혼잡이 인상적인 노인 대국 일본의 성공이 언뜻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이유를 서구 언론은 지역 보건소나 건강보험 등 의료 체계와 마스크 착용, 집에서 신발을 벗는 주거 문화, 가벼운 악수나 목례 인사 등 생활 습관에서 찾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고개를 끄덕일 만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일본어가 영어와 달리 공기를 내뿜는 유기음(有氣音)이 적어 침이 덜 튀는 덕분에 코로나 대응에 성공했다는 엉뚱한 해석까지 나온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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