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계곡에서 청와대 석불과 닮은 통일신라 시대 불상의 머리가 나왔다.
문화재청은 3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발굴 조사 중인 경북 경주 내남면 용장리 산 1-1번지 일대 약수곡 4번째 절터에서 불두(佛頭)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절터에 방치된 석조여래좌상에서 분리된 것으로 보이는 이 불두는 불상 인근 큰 바위 서쪽 옆 땅속에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양으로 발견됐다. 불두는 높이 50㎝, 너비 35㎝, 둘레 110㎝, 목 둘레 83㎝, 귀 길이 29㎝, 귀와 귀 사이 35㎝ 크기였다.
얼굴 오른쪽 일부, 오른쪽 귀 일부에서는 금박이 관찰됐고, 미간을 장식했던 둥근 수정은 떨어진 채 불두 인근에서 발견됐다. 소형 청동탑, 소형 탄생 불상 등도 주변에서 함께 출토됐다. 통일신라 석조불상에서 개금(불상에 금칠을 다시 함)과 채색의 흔적이 나타난 건 드문 일이다. 연구원은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이번에 발굴된 불두와 석불좌상도 복원할 예정이다.
불두는 그 옆에서 발견된 석조여래좌상의 머리다. 좌상은 통일신라 후기 작품으로,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처럼 왼손은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펴 단전에 놓고 오른손도 펴 무릎 아래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고 있다. 항마촉지인은 수행을 방해하는 모든 악마를 물리친 부처를 상징한다. 좌상의 높이는 109㎝, 어깨 너비 81㎝, 무릎 너비 116㎝다. 목 지름은 작은 부분이 22.5㎝, 큰 곳이 27㎝이다.
통일신라 석불좌상의 대좌(불상을 놓는 대)는 일반적으로 팔각형인 반면, 이 불상의 대좌는 사각형이다. 경주 도지동 이거사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대통령 관저 뒤 녹지원의 불상 ‘경주 방형 대좌 석조여래좌상(보물 1977호)’과 같은 형태다. 조성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팀장은 “이번에 발굴된 불두와 좌상은 청와대 대통령 관저 뒤편에 있는 석불좌상과 형태와 양식이 쌍둥이처럼 닮았다”며 “함께 발견된 금박과 수정은 통일신라 석조불상의 원형을 고증하는 데 중요한 학술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굴 조사는 약수곡에 방치된 석조여래좌상의 보수 작업을 위해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41년 펴낸 사진자료집 ‘경주 남산의 불적(佛蹟)’에 이 좌상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다. 총독부 자료집을 보면, 원래 위치는 알 수 없으나 좌상은 옮겨진 곳에 반듯하게 놓여 있었고, 그 옆에 불상의 중대석(中臺石)과 상대석(上臺石)이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 이를 근거로 우선 불상의 원래 자리를 확인하고 불상 주변을 정돈하려다 불두까지 찾아낸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상하로 포개진 다른 시기 건물터 층도 파악했다. 위층에서 고려 기와가, 아래층에서는 통일신라 평기와와 연화보상화문 수막새ㆍ암막새(처마끝 기와)가 각각 출토됐다. 주변에선 통일신라 건물에 사용된 듯한 가공석도 함께 발굴됐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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