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화산 ‘이젠’, ‘블루 파이어’ 절경
인도네시아의 한 화산 분화구 호수에서 발생한 높은 파고로 1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쓰나미라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산 속 쓰나미’라는 얘기다.
3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낮 12시30분쯤 동부자바주(州) 바뉴왕이의 이젠(Ijen) 화산에서 화산 활동으로 인해 유독 가스가 방출되고 분화구 내 호수에서 3m 높이의 물결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부근에서 유황을 캐던 광부 1명이 숨졌다.
현지 지질 전문가들은 이를 조사한 뒤 쓰나미라고 발표했다. 보통 쓰나미는 해저 지진, 해저 화산 폭발, 해저 단층운동, 해저 사태 등 바다 속에서 벌어지는 지각 운동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저 지진이 원인인 게 많아 대개 ‘지진 해일’이라 불린다. 쓰나미 전문가 위조 콩코씨는 “화산 분화구 내 호수에서 나타나는 유사 현상 역시 쓰나미의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수 주변 관광지 개발은 재난 예방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 1월 1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인근 탈(taalㆍ현지 발음 따알) 화산 폭발 당시에도 ‘화산 속 화산’ ‘호수 속 호수’라는 독특한 지형 때문에 산 속 쓰나미 발생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행히 쓰나미는 발생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지질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마트라섬의 토바 호수와 술라웨시섬의 포소 호수가 이번에 이젠 화산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현상으로 형성됐다.
해발 2,799m의 이젠 화산은 ‘죽기 전에 가야 할 10곳’에 꼽힐 정도로 세계적 절경을 자랑하는 화산이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산성 호수와 펄펄 끓어오르는 유황으로 뒤덮인 화산이다. 옥빛 유황 호수와 ‘블루 파이어(푸른 불꽃)’ 현상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보통 자정쯤 걸어 올라가 분화구 호수까지 내려갔다가 블루 파이어를 보고 다시 정상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일출을 맞는 5시간가량의 일정이다.
지름 722m의 분화구로 내려가는 길은 한 사람이 서있기도 비좁고 가파른 돌길인데다 숨 막히는 유황 가스가 쉴새 없이 쏟아져 나와 방독면을 쓰지 않고는 접근할 수 없다. 산 아래에서 돈을 주고 빌리는 방독면은 성능이 떨어져 착용해도 가스 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 실제 2018년엔 유황 가스 탓에 인근 주민 30여명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호수 부근엔 유황 채굴 작업장이 있어 유황을 캐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이 많다.
위험을 무릅쓰고 분화구까지 내려가는 이유는 밤에만 볼 수 있는 블루 파이어 때문이다. 블루 파이어는 36도가 넘는 고온에서 다량의 유황 가스가 공기와 만나 타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젠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블루 파이어가 생성되는 곳으로 최고 5m까지 올라간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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