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개학 연기 끝에 어렵사리 등교가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가을학기제 도입부터 집합교육의 위험성, 온라인 교육의 장단점과 학교 무용론에 이르기까지 팬데믹에 대처하는 교육 해법이 백가쟁명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연 학교는 안 가도 되는 것일까? 가정에서 온라인 교육을 하는 것만으로 괜찮은가? 홈스쿨링은 어떨까? 숱한 질문들이 난무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채 방황 중이다. 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배우는 곳일까? 학교를 통해 배워야 할 지식이란? “근데 정확한 지식이야 ‘스마트폰’에 얼마든지 있잖아” 하는 우스갯소리까지 설득력을 갖는다.
학생들은 학원과 인강에 의존한 지 오래고 대학 진학이라는 과제 해결에 사교육이 더 유용하다는 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런 상황 속에 학교와 선생님의 설 자리는 어디쯤일까?
어쩌면 그 원인이 학교의 존재 이유와 교육의 목적에 대한 이해가 잘못되었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학교 교육의 목적을 대학 진학이라는 협소한 틀에 가두고 모든 자원을 시험 성적과 진학 실적 향상에 투입해 왔다. 학교 교육이 방향성과 목표에 비틀대자 자라나는 아이들은 꼭 배워야 할 가치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사회로 토해내듯 떠밀려 나오고 있다.
입시에 필요한 지식은 학교를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기술, 지식, 기억, 표현, 사고, 절차, 타협, 논의, 설득 등을 학교에서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나가며 궁극적으로는 자기만의 행복을 가꾸어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 ‘행복 교육’과 ‘행복 양성소’가 절실하다.
정말 학교가 다음 세대를 길러내는 요람이라면 개인의 안녕과 행복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가치관과 이념, 사상과 철학을 가르치고,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게 될 보람과 성취감에 대해 말해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하며 내 행복의 한계와 타인의 행복의 한계는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도 알려줘야 한다.
대가족 본위의 사회에서는 그 역할을 가정이 도맡아 왔다. 위로는 조부모님, 부모님이 계시고 옆으로는 형제들이 있으니 이들의 다양한 삶의 궤적을 통해 자기 삶의 밑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가정에서 책임과 의무, 배려와 소통을 학습할 수 있었기에 사회에 나가서는 나의 행복과 공동체 이익 사이의 균형도 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핵가족과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가 되었다. 대가족 체계가 제공하던 교육을 학교가 맡아야 하는 이유다. 인성교육이라는 화두가 등장한 지도 그 얼마인가? 이제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법, 그러면서도 이웃의 행복을 깨뜨리지 않고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은 계속 문제 풀이 기계로서의 삶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사회인들이 밤잠 안 자고 놀고 싶은 것 참아가며 열심히 일하는 것도 결국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이고 국가의 법과 행정, 정책이 지향하는 것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함이듯 학생들의 학습도 행복한 인생을 영위하는 방법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것은 수많은 행복해지는 방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음에도 우리 교육 시스템은 그것만이 행복해지는 길이고 모든 학생들이 그 길로만 가야 한다고 닦달해 왔던 것이다. 이제는 학교가 행복이란 무엇이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수단, 절차, 가치관을 가르쳐야 한다. 더는 성적 향상과 진학 실적만을 요구하지 말자. 어차피 문제 풀이는 학원이 더 잘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학교를 다음 세대가 행복해지는 법을 가르치는 행복 양성소로 바꿔보자.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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