州방위군 전격 투입… 코로나 이어 악재 거듭
미국에서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주 당국이 군대를 전격 투입하면서 1992년 대규모 폭동 사태는 재연되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에서 벗어나려는 시점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터져 당분간 일상으로의 복귀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1일(현지시간) 미주한국일보에 따르면 이날 LA 한인타운 내 대부분 업소들은 항의 시위에 따른 약탈 피해 등을 우려해 문을 닫거나 일찍 영업을 접었다. 혹시 모를 폭력 행위에 대비해 상점 앞에 가림막을 설치한 업소도 눈에 띄었다.
특히 이날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인타운에서 시위가 열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 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모두 ‘가짜뉴스’로 확인됐다. 오후 들어선 한인타운 윌셔와 버몬트 등에서 시위가 열릴 것이라는 말이 돌아 이 지역에 입주한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이 발송되기도 했다.
한인 업주들은 이처럼 시위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한 음식점 사장은 “시위 발생 가능성 탓에 일찍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며 “앞으로 상황을 봐가며 운영 시간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음식점 사장은 “코로나19 봉쇄령이 일부 풀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위까지 벌어져 걱정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주 당국이 군대를 한인타운에 배치하면서 피해 확산 우려는 상당 부분 덜게 됐다. LA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은 이날 한인타운의 치안 유지 및 시위대의 약탈 방지 등을 위해 300여명의 군 병력을 곳곳에 투입했다. 웨스트 올림픽대로에 위치한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 등이 집중 경계 대상이다. 방위군은 시위 사태가 끝날 때까지 한인타운에 주둔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주방위권이 투입된 것은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로라 전 한인회장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인사회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어 온 LA 행정당국은 한인의 신변보호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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