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감독관, 기록 검토 후 당시 수사팀 조사할 듯
감찰은 시효 지나 불가능, 수사 전환은 일말 가능성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두고 검찰이 당시 수사팀의 위증 압박이 있었다는 진정 내용 확인에 나서면서, 이 사건이 수사나 감찰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전날 진정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은 먼저 최모씨의 진정서를 검토하고 최씨를 불러 주장 내용을 확인하며 규명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구치소 수감 동료이던 최씨는 올 4월 법무부에 한명숙 사건에서“위증 교사 등 검찰 부조리가 있었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그는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증인으로 나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넸다는 검찰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한 한 전 대표에 대해 “(그가) 동료 재소자들 앞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한 전 대표의 법정 위증을 뒷받침하며 검찰에 힘을 실었다가, 9년 만에 수사팀의 위증 압박이 있었다며 자신의 법정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뒤집었다.
당시 수사 절차상 인권 침해 등을 살필 인권감독관은 최씨 진정내용 확인을 위해 최씨 출정 기록과 증인신문조서 등 자료를 검토하면서 타당성을 점검해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선 최씨와 그의 동료 수감자 한모씨가 수사팀 외 중앙지검 여러 부서에 제보를 이유로 잦은 출정을 다니면서 한 전 대표의 진술 번복 계획 등을 먼저 털어놓은 정황이 알려져 있어 최씨 등을 만난 당시 검사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당시 수사팀은 “최씨가 자발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위증 종용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권침해 등 부조리 대목이 나온다면 인권감독관이 이성윤 중앙지검장에게 보고하고, 감찰이나 수사로 전환될 여지도 있다. 다만, 징계가 전제인 감찰 착수는 징계시효가 이미 한참 지나 사실상 어렵다.
명백한 인권침해 단서가 발견될 경우 이 사건은 인권감독관의 손을 떠나 수사부서로 재배당될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서 주장하는 죄명 가운데, 모해위증 교사죄는 공소시효가 10년이라 아직 수사가 가능하다. 최씨와 유사한 주장을 펴는 또 다른 재소자 한모씨도 법정 증언에 나서진 않았지만 당시 수사팀 검사들의 모해위증 교사죄에 대한 고발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고발장이 접수되면 기존 조사내용과 함께 수사부서에 배당될 수 있다.
다만, 증인신문조서 등에서 최씨 등이 수사팀의 위증 압박에 따라 진술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정황도 있어 실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한씨가 앞서 2017년 낸 검찰의 협박ㆍ회유 주장 관련 진정서는 중앙지검에서 조사해 공람종결 처분된 바 있다. 한 법조 원로는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은 명백한 사실이 있는데 민감한 정치적 사건을 맡은 검사가 여러 죄수에게 위증을 교사한다는 게 상식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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