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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잇는 ‘아시아 금융허브’ 레이스… 싱가포르ㆍ도쿄 선두권, 점점 뒤처지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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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잇는 ‘아시아 금융허브’ 레이스… 싱가포르ㆍ도쿄 선두권, 점점 뒤처지는 서울

입력
2020.06.03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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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내 중심가에서 지난달 24일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시내 중심가에서 지난달 24일 시위 참가자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뉴시스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맞서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거두겠다고 발표하자 벌써부터 금융권에선 ‘포스트 홍콩’ 자리를 누가 차지할 지 이목이 쏠린다. 당장은 아니라도 30여년간 ‘아시아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해온 홍콩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단연 싱가포르가 꼽히는 가운데 도쿄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각종 규제가 가로막고 있어 경쟁에서 밀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상 흔들리는 홍콩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이전인 1992년 제정된 홍콩 정책법에 따라 홍콩은 미국의 비자 발급, 투자 유치, 법률집행, 외환 등 각종 분야에서 중국 본토와는 별도의 특수 지위를 누려왔다. 이 같은 조치로 세계 100대 은행 중 70여곳이 아시아 거점을 홍콩에 두는 등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성장했다.

만일 미국이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경우 중국에 부과해 온 관세와 수출 규제 등 까다로운 제약이 홍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굳이 홍콩에 거점을 둘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은 세계 금융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위상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도시 금융경쟁력 순위/ 강준구 기자
세계 도시 금융경쟁력 순위/ 강준구 기자

 ◇앞서는 싱가포르 뒤쫓는 도쿄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제2의 홍콩’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선 유력 후보지로 싱가포르가 꼽힌다. 싱가포르의 법인세는 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4%)보다 낮고 홍콩(16.5%)과 비슷한데다,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미 싱가포르는 지난해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상당한 액수의 홍콩 자금을 빨아들이며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6~8월 40억 달러(4조7,000억원)의 자금이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향했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 통화청은, 시위 발발 이전인 지난해 5월 71억 싱가포르 달러(6조원)이던 외화 예치금이 8월 128억 싱가포르 달러(11조원)로 80% 급증했고 밝힌바 있다. 싱가포르는 올해 3월 영국 컨설팅그룹인 지옌이 세계 주요 도시들의 금융경쟁력을 산정해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 지수(GFCI) 조사에서,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한 홍콩(6위)을 제치고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도쿄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홍콩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회사들이 싱가포르 또는 도쿄로 사무소 이전을 고민하자, 도쿄도 관계자들이 직접 홍콩을 방문해 ‘러브콜’을 보냈다. FT는 “도쿄도의 1차 목표는 글로벌 자본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혜택을 제시해 헤지펀드 회사를 유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점점 떨어지는 서울의 금융경쟁력 순위/ 강준구 기자
점점 떨어지는 서울의 금융경쟁력 순위/ 강준구 기자

 ◇한국은 국제금융 경쟁력 30위권 밖 

한국 역시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서울을 홍콩, 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며 일찌감치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로 추진 17년째를 맞는 이 사업의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서울의 국제금융허브 경쟁력 순위는 2018년 이후 3년째 30위권 밖을 맴돌고 있고, 서울과 함께 금융허브로 지정된 부산은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당시 금융 후진국으로 여겼던 중국을 따라잡기도 벅찬 상황이다.

세계 각국이 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뛰고 있지만 한국은 금융인프라 집적을 통한 글로벌 금융회사 유치 대신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금융공기업 지방 이전에 역량을 쏟고 있는데다, 각종 규제가 금융산업을 짓누르면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 입김이 강하고 각종 규제도 많은데다 52시간 근로도 있어 외국 회사를 끌어오기 쉽지 않다”며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3분의2는 비금융회사가 차지했고, 부산엔 금융공기업만 자리잡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 사태는 한국이 글로벌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는 기회인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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