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테기 외무 “수출관리 재검토, 운용실태 보고 판단”
“제도 개선 판단에 시간 필요” 日측 시간 벌기 일관
코로나 등으로 소강상태 한일 갈등 재점화 가능성
일본 정부는 2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방침에 유감을 표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까지 당국간 의사소통을 진지하게 계속해 온 가운데 이번 발표는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의 수출관리 운용 재검토는 WTO 협정에 정합성을 갖는다는 일본의 입장을 향후 제대로 설명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향후 수출관리를 둘러싼 양국 국장급 대화를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예단을 갖고 답변하는 것을 삼가겠다”며 “상대국의 수출관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영해 나가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도 “당국간 대화를 계속해오고 있음에도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며 “수출관리의 재검토는 제도의 정비와 운용 실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수출관리의 주무부서인 경제산업성 간부는 NHK에 “WTO 규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일본 측은 종합적 평가에 근거해 수출관리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한국 측에 정중하게 설명해 왔다”고 밝혔다. 향후 일본 측 대응에 관해서는 “한국 측 발표 내용을 정밀하게 살펴보고 검토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에 앞서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장관은 한국 측의 수출규제 철회 요구에 대해 “국내 기업이나 상대국 수출관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운용해 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말까지 수출규제 조치 철회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가지야마 장관은 향후 대응에 대해 “예단을 갖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화는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이에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 개선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선 일정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부터 전격 시행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총리관저 주도 하에 진행됐다. 일본은 이에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를 재검토한 것”이라며 경제적 보복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외교가에선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 측이 수출규제 철회 등 전향적 조치를 내놓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WTO 제소 절차 재개로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과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강 상태를 이어온 한일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의 ‘시간 벌기’ 식 반응에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1월 잠정 정지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제한조치의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지금 상황이 WTO 분쟁 해결 절차 정지 조건이었던 정상적 대화의 진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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