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하다가 집에서 쉬다가 희생… 플로이드 사건, 처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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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하다가 집에서 쉬다가 희생… 플로이드 사건, 처음이 아니었다

입력
2020.06.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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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스 스터디]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희생 당한 흑인들 

백인 경찰관이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의 목덜미를 무릎으로 찍어 누르고 있는 전날 촬영된 사진이 공개되면서 지역사회의 분노가 번졌다. 이 사건에 연루된 경찰 4명은 즉각 파면됐다. AFP 연합뉴스

극단적 좌익세력인 ‘안티파(Antifa)’가 주도하는 과격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인종 차별과 경찰의 가혹 행위를 규탄하며 폭력ㆍ약탈ㆍ방화까지 불사하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이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며 모두의 눈이 시위대에 쏠려있는 사이, 사건의 본질을 파헤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계기가 된 ‘조지 플로이드’ 사건 말입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졌어요. 경찰은 “숨을 쉴 수 없다”며 애원하는 플로이드의 목을 9분 가량 무릎으로 짓눌렀죠. 이 장면은 한 행인에 의해 촬영돼 곧 미국 전역으로 확산했고, 안티파 시위의 배경이 됐습니다.

안티파 시위와는 별개로 미국 곳곳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무릎을 꿇으며 시위에 동참하는 경찰들이 늘고 있죠.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와 미국 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 등 유명 인사들도 인종 차별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오랜 기간 쌓여 온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한다는 외침이죠.

올해만 해도 인종 차별로 희생된 이들이 여럿 있었어요. 그 동안 미국 사회를 들끓게 한 또 다른 플로이드 사건들을 돌아봤습니다.

 흑인이라 과잉진압?…경찰에 희생당한 시민들 

2018년 아이폰을 총으로 오인한 경찰이 흑인 스테판 클라크를 사살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인 가운데 새크라멘토 시청에서 열린 특별위원회 중 한 유가족이 위원회 책상 위에 올라가 항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최근 플로이드와 함께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3월 경찰에 의해 억울하게 숨진 브레오나 테일러(26)에요. 미국 켄터키주의 응급의료요원인 테일러는 자신의 집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어요. 마약 사건을 조사하겠다며 경찰이 새벽에 들이닥쳤는데, 그는 마약은 고사하고 범죄 기록조차 없는 무고한 시민이었죠.

2월에는 미국 조지아주의 한 주택가에서 조깅하던 아후마우드 알버리(25)가 전직 경찰인 백인 남성 그레고리 맥마이클의 총에 맞아 숨졌죠. 이 남성은 아들과 길을 가던 중 알버리가 강도라고 의심해 추격했고, 알버리가 폭력을 행사해 자기 방어 차원에서 총을 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자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죠.

이후 온라인에는 알버리의 추모 사진과 함께 ‘나는 무장한 백인 부자(父子)에게 살해됐지만, 살인범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나는 아흐마우드 알버리’라는 문구가 확산하기도 했습니다.

미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살았던 스테판 클라크(22)의 죽음도 허망했습니다. 그는 할아버지 집 뒤뜰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는데, 마침 들이닥친 경찰이 그가 총을 들고 있는 걸로 오인해 20발이나 총격을 가했어요. 그 역시 범죄 혐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분개한 흑인들은 거리에 나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며 인종 차별에 항의했죠.

 플로이드 사건, ‘제2의 로드니킹’ 되나 

1992년 흑인 폭동의 도화선이 된 비디오 사진. 경찰 2명이 흑인 로드니 킹을 마구 때리고 있으나, 다른 경찰들은 이를 지켜볼 뿐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어난 인종폭동을 촉발한 당사자인 로드니 킹의 생 전 모습. ‘인종차별 저항의 상징’이 된 그는 LA 폭동 20주년인 2012년 자신의 집 수영장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번 시위와 유사한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도 있어요. 1991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로스앤젤레스(LA)에 폭동이 일었거든요. LA 근교 고속도로를 달리던 로드니 킹(당시 25세)은 속도위반으로 경찰에 걸렸는데요.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달리다 붙잡혀 백인 경찰 4명으로부터 무자비하게 얻어맞았죠.

킹은 얼굴뼈와 발목뼈가 골절됐고, 청력이 손상됐어요. 그러나 이듬해 백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해 경찰들은 무죄 평결을 받았죠. 무죄 소식이 전해진 후 LA지역 흑인들은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이들은 상점을 습격하고 약탈과 방화를 저질렀어요. 폭동이 일주일 가량 지속되면서 63명이 사망하고 2,300명이 다쳤습니다. 특히 한인 교포가 총격으로 사망하는 등 한인 사회에도 막대한 피해를 끼쳤죠.

최근 안티파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제2의 로드니킹’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엔 LA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위가 일고 있고 몇몇 곳에선 유혈 사태도 벌어졌거든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해 군대도 동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는 더 험악해지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 차별 문제를 이념 갈등으로 몰아가며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도 나오죠.

어쩐지 남 일 같지 않죠. 우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서방 세계에서 크고 작은 동양인 혐오에 시달렸으니까요. 다인종ㆍ다문화가 화합하는 시대는 진정 어려운 걸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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