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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기대주→벼랑 끝… 이건욱ㆍ노성호, ERA 1점대 ‘반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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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기대주→벼랑 끝… 이건욱ㆍ노성호, ERA 1점대 ‘반전투’

입력
2020.06.02 17: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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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건욱, 삼성 노성호. 연합뉴스 삼성 제공
SK 이건욱, 삼성 노성호. 연합뉴스 삼성 제공

프로야구 입단 당시만 해도 특급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가 보여준 것 없이 시간만 흘려 보낸 SK 우완 이건욱(27)과 삼성 좌완 노성호(31)가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건욱은 2일 현재 3경기에 나가 1승 평균자책점 1.04(8.2이닝 1실점)를 기록 중이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해 2경기 연속 무실점 피칭을 했던 그는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1실점 호투로 감격적인 데뷔 첫 승을 수확했다. NC에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중간 계투 역할을 맡은 노성호는 9경기에 등판해 3홀드 평균자책점 1.00(9이닝 3실점 1자책)으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만년 기대주에 머물다가 잊혀지는 듯 했던 이들의 롤러코스터급 ‘반전투’다. 둘은 아마추어 시절 따라올 자 없는 최고의 투수로 꼽혔다. 2014 SK 1차 지명 출신으로 계약금 2억원을 받은 이건욱은 동산고 시절 청소년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일전에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꺾은 ‘에이스’로 데뷔 전부터 명성을 날렸다. 당시 선발 맞대결에서 이건욱은 8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7이닝 12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오타니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건욱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프로 입단 후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첫해부터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2015년 겨울엔 발가락 골절상으로 또 수술대에 올랐다. 1군 데뷔는 2016년 이뤄졌지만 0.2이닝 2실점으로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듬해 2경기에서도 1.1이닝 5실점에 그쳤다. 2년간 평균자책점 31.50을 남기고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했다.

좀처럼 알을 깨지 못하는 이건욱을 포기할 법도 했지만 SK는 묵묵히 기다려줬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군 복무 기간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중도 귀국 없이 처음으로 완주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낸 덕분에 힘도 났다. 염경엽 SK 감독은 그런 이건욱에게 기회를 줬다. 그토록 기다렸던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은 이건욱은 두산의 강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프로 첫 승리를 따냈다. 그는 “다른 팀이면 이미 포기한 선수였을지 모른다”며 “입단 7년차인데, 야구를 한 게 2년 밖에 안 된 나를 기다려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9구단 NC의 창단 멤버로 우선 지명(계약금 3억원)을 받은 노성호는 데뷔 때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다. 건장한 체격에 부드러운 투구 폼으로 ‘제2의 류현진(토론토)’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2013년 1군 데뷔 후 자신에게 주어진 수많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NC에서 남긴 성적표는 5승14패 3홀드 평균자책점 7.03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NC는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노성호를 보호선수로 묶지 않았다. 그러자 좌완이 필요한 삼성이 그를 지명했다. 새 둥지에서 프로 2막을 시작한 노성호는 마음가짐을 고쳤다. 과거 볼넷을 주면 스스로 위축됐고, 이 여파로 접전 상황에서 등판하는 걸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어떤 상황이든 겁 없이 자신의 공을 던지는 후배 투수들을 보며 ‘볼넷을 줘도 다음 타자를 잘 막으면 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그 결과, 한 순간에 쉽게 무너졌던 과거보다 한층 더 안정감 있는 투구로 불펜의 한 축을 당당히 꿰찼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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