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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낸 황석영 “굴뚝농성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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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낸 황석영 “굴뚝농성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

입력
2020.06.02 18: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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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석영이 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소설가 황석영이 2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지금도 전국에 수많은 해고노동자들이 철탑에 올라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릴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점점 나아진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제가 젊었을 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좋아져야만 합니다.”

백발의 거장, 황석영(77) 작가는 2일 서울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낙관을 포기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그 전진을 기록하는 것이 작가로서 자신의 책무라고 힘줘 말했다.

‘철도원 삼대’는 자서전 ‘수인’ 이후 3년만에 낸 책. 황 작가는 이 소설을 두고 “보따리를 싸들고 나와 젊을 때처럼 하루 8~10시간 앉아 쓴 작품”이라 말했다. 이토록 공력을 쏟아 부은 새 소설 ‘철도원 삼대’는 제목 그대로 철도직에 종사했던 가족 3대의 삶을 다룬다. 그 3대의 삶에 대한민국 100년의 근현대사를 압축해 넣었다.

소설은 발전소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중인 해고노동자 ‘이진오’에서, 그 아버지인 ‘이지산’, 그리고 할아버지 ‘이일철’과 증조할아버지 ‘이백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인 셈이다.

소설의 단초는 1989년 황 작가가 방북 당시 만난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이 들려준 얘기다. 황 작가는 “철도공작창에 다니던 아버지, 철도학교를 나와 기관수로 대륙을 넘나든 자신, 그리고 십대 소년인 아들도 기관수가 됐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건 소설로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구상 이후 30여년의 세월을 묵힌, 묵직한 작품이다. 경장편 위주로 돌아가는 최근 소설 경향 속에서도 원고지 2,000매라는 적지 않은 분량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출간되자마자 초판 1만부를 모두 소진했으니 반응은 나쁘지 않다.

포인트는 ‘철도 노동자’를 앞세워 한국문학에서 점차 사라진 산업노동자를 되새긴다는 점이다. 황 작가는 “조세희 작가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 문학에서 한국의 근대 산업노동자들의 삶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 별로 없다”며 “근대산업사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철도노동자를 통해 한국 문학의 빠진 부분을 채워 넣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노동자가 주인공이 되지 못한 건 개발독재시대 ‘불온한 빨갱이’ 타령이 작용해서다. 황 작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의 힘이 더욱 막강해고 비정규직이 늘면서 노동 문제는 사회 외곽에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훈 작가 얘기도 곁들였다. 그는 “얼마 전 자칭 보수라는 김훈 작가가 ‘노동자의 죽음을 방지하는데 기여하겠다’는 글을 언론에 쓴 걸 보고 공감했다”며 “보수 진보 아우르는 나 역시, 전체 사회가 더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다짐처럼, 작가는 소설 주인공 이진욱에게 비록 굴뚝농성을 시키지만, 그로 하여금 “노동자가 높은 데로 올라와 사람들에게 자기 처지와 입장을 알아달라고 농성하게 된 것만 해두 엄청난 사회적 변화라구.(…)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져간다고”라며 말하게 한다. 전진을 기록하겠다는, 여든 가까운 노작가는 김훈과 같은 말을 달리 하고 싶어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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