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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못 잡는 인터넷 규제] 규제 ‘더하기’ 대신 ‘빼기’로 국내 기업 역차별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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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못 잡는 인터넷 규제] 규제 ‘더하기’ 대신 ‘빼기’로 국내 기업 역차별 풀어야

입력
2020.06.03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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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평평하되 뛰놀기 좋은 운동장 조성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음란물, 가짜뉴스 등 불량 콘텐츠 문제가 유난히 해외 기업의 서비스에서 불거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들 업체가 국내 업체에 비해 규제를 덜 받는 현실에서 비롯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차별적 규제는 결국 인터넷 서비스 시장의 공정 경쟁을 해쳐 가뜩이나 대형 글로벌 기업에 비해 규모나 경쟁력에서 열세인 토종 기업에 치명적 타격을 가한다는 우려가 높다.

다만 국내 인터넷기업들은 이런 역차별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규제 당국의 조치가 자칫 전반적인 규제 수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시장 활력을 꺼뜨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 공정성을 시급히 높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면서도, 기업의 자율성과 사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게 인터넷산업계의 공통된 주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n번방 방지법’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을 담은 개정 법안들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외 인터넷기업 차별의 대표적 현안이던 불법 콘텐츠 규제와 망 사용료 부담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에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셧다운제’ 규제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회사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이용자의 게임 접속을 막도록 한 제도인데, 국내법(청소년보호법)에 기반한 규제라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 셧다운제 시행 이후 해외 온라인 게임에 이용자들이 몰려들면서 국내 게임업체만 피해를 입었다”며 “더구나 청소년 심야 이용률이 높은 스마트폰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도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시행 직후부터 논란이 크다 보니 19, 20대 국회 내내 셧다운제 완화 또는 폐지 법안이 상정돼 논의됐지만 결국 모두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내에 서버가 없다는 이유로 해외 기업이 매출에 비해 턱없이 적은 세금을 내는 ‘조세 차별’도 고질적 문제다. 2017년 구글은 한국에서 네이버(4조6,000억원)보다 많은 5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정작 납부한 법인세는 200억원으로 네이버(4,231억원)의 20분의 1에 불과했다.

의무이행 사항은 아니라지만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해외 기업의 행태에도 비판이 따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발병 초기부터 포털 메인 화면을 통해 방역당국의 공식 정보를 제공하고 공적마스크 판매처, 선별진료소를 안내하는 서비스에 나선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대형 기업들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구글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검색 정보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때는 3월 7일로, 국내 기업보다 한 달 이상 늦었다.

업계에선 정부와 국회가 인터넷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국내 기업의 역차별 해소 요구에 이전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들 기관이 현행 규제를 혁파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려 하는 건 문제라는 입장이다. n번방 방지법만 해도 디지털성범죄 ‘우범지대’로 꼽혀온 해외 서비스에 대한 실효적 대책 대신 모든 인터넷 기업에 무거운 감시·차단 책임을 지우는 ‘규제 편의주의’를 택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역차별 문제 해소의 본질은 국내 사업자도 해외 사업자와 같이 규제 없는 환경에서 경쟁하게 해달라는 것이지, 해외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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