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단기간 내 코로나 종식은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지난 5월 20일 질병관리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정은경 본부장은 “생활과 방역을 같이할 수 있는 새로운 일상에 대한 지침을 찾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은행의 ‘2020년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도 발표되었는데, 가계빚이 1,611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더 우울한 소식은 따로 있었다.
가계빚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그 증가세는 둔화되었는데, 그 원인이 신용카드 할부액을 비롯한 판매신용 잔액이 89조 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조 1,000억원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감소폭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였다. 2월 말부터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급격한 소비 감소로 이어진 것이 한국은행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이러한 소비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도소매, 음식업 중심의 소상공인의 폐업이 본격화될 하반기부터는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전 국민 대상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지자체 역시 지역화폐를 통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며 소비 진작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응한 점은 고무적이지만, 지원금의 집행 속도와 사용처에 대한 제한, 그리고 신용카드에 집중된 결제 방식은 다소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말까지 국내 소비 판매 증가세를 주도한 온라인쇼핑에 재난지원금을 쓰기 어려운 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월 12조원을 돌파했고, 이는 전체 소매 판매액의 30%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언택트 소비의 확산으로 코로나 국면에서 온라인 간편결제 거래액은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의 취지가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매출 보전이라는 측면이 크지만, 코로나 사태로 전 사회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온라인 소상공인과 창작자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지역 소상공인만큼 영세하고 어려운 온라인 소상공인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채널을 포용하기 위한 논의와 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마침 최근 금융위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적을 발표하면서 혁신금융 서비스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금융위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과 마이데이터 시행 등은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디지털 금융의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의 IT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후불 결제 등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을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혁신금융 서비스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라는 블랙스완을 맞이하여, 금융이 보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금융 실험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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