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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창(窓)] 코로나, 100년전의 데자뷔?

입력
2020.06.02 18:00
수정
2020.06.02 19: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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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과 유사한 파노라마 지금 펼쳐져

절망의 골짜기에서 희망의 싹 틔운 인류

엄청난 부의 분배만 고민할 미래에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00년 전의 역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유는 유사한 역사가 지금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1920년, 세계는 스페인 독감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1918년부터 번지기 시작한 역병이 무려 3,900만명에 달하는 목숨을 빼앗고도 소멸을 거부한 채 지구촌 곳곳을 배회하는 상황이었다. 인도에서만 1,650만명이, 중국에서도 850만명이 사망하였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 역병을 ‘프랑스 독감’이라 불렀다. 스페인 사망자 수(30만명)는 상대적으로 적고 이웃 프랑스인들이 바이러스를 옮겼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는 ‘스페인 독감’으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바이러스의 발원국에 대해 미국설, 중국설, 영국설, 프랑스설 등 가설만 무성할 뿐 과학계의 공식 입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가 ‘우한 바이러스’라는 초기 명칭에 격한 반응을 보이며 ‘미국 발원설’까지 퍼뜨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914년 시작된 1차 세계대전은 스페인 독감이 시작되던 해 끝이 났다. 독감이 막을 내린 세상에는 예기치 못한 역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1921년 중국 공산당이 창당되었고 소련에서는 레닌 사후 스탈린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1929년, 미국발 대공황이 세계를 덮쳤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만여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홀리법을 시행하였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은 보복관세와 평가절하 등으로 이에 대항하였다. 대공황 여파로 전체주의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무역과 환율에서 타오른 불길은 물리적 전장터로 옮겨붙었다. 모든 불행한 사건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마(魔)의 30년이었다.

하지만 이 절망의 골짜기에서도 인류는 희망의 싹을 틔웠다. 1870 ~1914년 소위 ‘1차 세계화 물결’이 출렁이는 가운데 전기와 자동차 엔진, 수도와 양변기 등이 선을 보인 것이다. 전기는 에너지 혁명과 함께 축음기 라디오 전화 TV라는 통신혁명을, 자동차는 수송혁명을, 수도와 양변기는 위생혁명을 가져왔다. 바로 2차 산업혁명이다. 미국 포드사가 모델 T로 대량 생산의 길을 연 것도 이때였다. 전쟁 또한 신기술의 응용을 가속화하였다. 로버트 고든(R.J. Gordon)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2차 산업혁명이 전세계 생산성 향상과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삶을 영구히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신기술이 고통에 빠진 인류에게 신세계를 선사한 것이다.

이제 2020년을 살펴보자. 1992년 탈냉전으로 시작된 ‘2차 세계화 물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역풍을 맞은 뒤 반세계화, 탈세계화로 방향을 틀었다. 민족주의를 내세운 많은 독재자들이 등장한 가운데 G2(주요2개국)의 충돌이 시작되었다. 바로 미·중 무역전쟁이다. 그 와중에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고 이제 미국은 코로나 책임론에 안보와 인권 문제까지 연계해 글로벌 반중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전염병과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대공황과 전쟁이라는 먹구름이 100년전의 오늘처럼 한꺼번에 몰려오는 형국이다. 세계는 다시 전쟁 주기에 접근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어떤 고난에도 인류는 굴하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의 깃발을 높이 들고 미래를 향해 진격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고립주의와 인종주의 그리고 전체주의라는 집단적 광기를 물리치고 종국에는 자유와 인권 그리고 법치의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 믿는다.

“만약 자동화로 인해 인간의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의 주된 문제는 자원의 희소성이 아니라 분배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밤낮으로 일하는 세상에서 인류는 엄청난 부를 어떻게 나눌지만 고민하면 된다는 MIT 대학 오토(D.H. Autor) 교수의 미래 진단이다. 희망과 위로가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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