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서 증거능력 사라지면… 조국·n번방 재판 혼선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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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조서 증거능력 사라지면… 조국·n번방 재판 혼선 예고

입력
2020.06.0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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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가 법정서 혐의 부인하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 뒤집어져

사법 혼선·법관 업무 증가 우려에 ‘최대 4년 유예기간’ 단서 뒀지만

사법부 “바로 시행 괜찮다” 입장… 개정법, 유예기간 없이 시행 가닥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의자로부터 받은 신문조서의 법정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조항이 유예기간 없이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법조계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피의자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법정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 조항이 즉각 시행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재판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의 경우 피의자가 나중에 법정에서 부인하더라도 실제 검찰에서 그렇게 말한 사실만 확인되면 재판에서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피의자가 법정에서 부인하면 어느 진술을 더 믿을 지 재판부가 판단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서 자금 제공자로 알려진 한만호씨가 “돈을 줬다”는 검찰에서의 진술을 법정에서 뒤집었음에도, 대법원이 이를 근거로 유죄 선고를 내린 것이 바로 검찰조서의 증거능력 때문이다.

하지만 형소법이 20대 국회에서 개정되면서, 앞으로는 피의자가 검찰에서 한 진술을 부인하면 해당 조서는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없게 된다. 형사사법절차가 적지 않게 변화하는 셈이다. 특히 법 개정 당시 즉각적인 시행에는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해왔던 법원 내부에서도 일부 우려가 있어, 최대 4년의 유예기간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당시 입법 과정에 참여했던 국회 관계자는 “법원 쪽에서 ‘업무량이 지나치게 늘어날 수 있다’거나 ‘법관 충원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유예기간을 길게 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부가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을 위한 수사권개혁 후속추진단 회의’에서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즉각 시행 쪽으로 방향이 잡히는 분위기다.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의 한쪽 당사자인 법원이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만큼, 시행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문제는 개정 형소법이 즉각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곧장 적용될 수 있다. 당장 검찰 내부에서는 현행 형사사법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n번방 사건 같은 조직 범죄는 피의자 신문을 통해 상호 공모 관계를 규명하게 되는데, 제도 보완 없이 시행하는 경우 조직 범죄 유죄 판결이 어려워져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원 쪽에서는 법관 업무의 과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온다. 검찰 단계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면, 신문조서에서 이미 진술한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다시 법정에서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의 중심이 재판정으로 이동하면서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1심 형사 단독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2014년 3.8개월에서 2018년 4.5개월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데, 법관 충원이 따르지 않는다면 더욱 처리기간이 늘 것으로 보인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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