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첫 번째 메시지는 ‘진취’와 ‘변화’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진취’를 이날 여러 차례 입에 올렸다. 비대위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현충원을 참배한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진취적으로 국가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썼다. 국회 비대위원장실 벽엔 ‘변화 그 이상의 변화’라는 대형 글씨를 내걸었다.
김 위원장이 정의하는 진취는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일을 이룩한다’는 사전적 의미와 다르다. 그는 진취를 ‘진보를 능가하는 쇄신’으로 규정한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진취는 진보보다 더 앞서가는 개념으로, 모든 부분을 시대 변화와 함께 가겠다는 의미다. 그 동안 했던 식으로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대위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도 “우리가 진보를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 진취를 내세워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진보’를 통합당의 ‘보수’로 제압하려는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구상인 셈이다. 그는 비대위원장 내정 이후 줄곧 “보수, 진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다. 그의 특기인 ‘창조적 파괴’의 대상에 보수 대 진보라는 오랜 이념 구도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그가 앞으로 내놓을 정책들이 장르ㆍ이념을 넘나드는 ‘크로스 오버 정책’이 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첫 번째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통합당이 앞으로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만들겠다”며 “정책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약속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진취’를 경제 분야에서 먼저 펼쳐 보일 듯하다. 통합당은 비대위 직속기구로 ‘경제혁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경제’와 ‘혁신’을 결합한 것은 경제 정책도 ‘파괴적’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준비 중인 코로나19 경제 위기 대책이 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등 보수의 클리셰를 벗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비대위 슬로건에 맞추어 통합당의 취약 지대인 여성, 청년, 호남을 집중적으로 챙긴다는 쇄신 방안을 제시했다. 통합당 메시지 관리 시스템 정비도 주문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비서실장에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송언석(재선ㆍ경북 김천) 의원을, 대변인으로는 mbc 앵커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초선ㆍ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을 발탁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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