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국회를 통과한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시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대통령 직속 ‘수사권개혁 후속 추진단’ 회의에서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 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반면, 검찰은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판중심주의 실현과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 개선이라는 법 개정 취지를 고려하면 유예기간 최소화가 합리적이다.
논란의 발단은 국회가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을 개정하면서 검찰 신문조서 증거 능력 제한을 ‘4년 내 시행하되, 시기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단서 조항을 둔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일부 시민단체 등이 유예기간 4년이 너무 길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법원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불거진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의 검찰 증언 조작 의혹과 맞물려 더 힘을 받는 분위기다. 검찰 신문조서 증거 인정이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고 자백 위주의 밀실 수사를 조장해온 폐해를 감안하면 시행 시기를 앞당길 필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개정안의 즉시 시행으로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에 공백이 예상된다는 검찰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진술 외의 물적 증거로는 사건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부패 사범과 목격자 없는 살인 사건, ‘박사방’ 등 조직적 공모 범죄 등은 공소 제기가 지금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검사의 입증 책임이 무거워져 업무 부담과 사건 적체가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개정법이 검찰의 우려를 반영해 마련한 유예기간을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제반 사정을 감안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시행은 가급적 빨리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법령에 따라 1년 내에 시행토록 돼있는 만큼 개정 형소법도 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 대안으로 검찰이 요구하는 피고인 신문의 영상 녹화나 녹음 자료 증거 인정은 검토할만하다. 현행법은 영상 녹화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데,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과 상황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오히려 인권 침해 가능성이 적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늦기 전에 가는 것이 최선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