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포위망 설치”에 중 “방공식별구역 설정” 응수

미중 갈등 양상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의 군사적 긴장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중국 포위 전략을 추진하자, 중국은 곧바로 자국 관할권임을 알리는 ‘방공식별구역(ADIZ)’을 설정하겠다고 응수했다. 영해를 둘러싼 퇴로 없는 ‘치킨게임’에 양측의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임스 인호프 미 상원 군사위원장(공화)과 간사 잭 리드 의원(민주)은 최근 안보전문 매체 ‘워온더록스’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을 통해 “공격성이 증대되고 있는 중국이 군 현대화를 총체적으로 지속하면서 인도ㆍ태평양 내 (미국의) 억지력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지금이 행동에 나서야 될 때”라며 “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태평양 억지 구상’의 반영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공동 기고문에서 보듯, 미 의회의 대중 군사 압박은 초당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두 사람은 남중국해 등 태평양 지역에 미사일 방어망 및 비행장, 항만 시설, 군수품 저장 시설 등을 확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즉, 중국을 사방에서 옥죄는 군사 기반시설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태평양 억지 구상’은 한국과 같은 역내 동맹을 안심시키면서 중국 공산당에 강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측의 사실상 포위 전략에 중국은 즉각 고강도 맞불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민해방군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프라타스군도(중국명 둥사군도),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 등 남중국해 분쟁수역 상공에 ADIZ 설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ADIZ 설정이 2010년부터 검토돼온 사항이라고 부연했다. 영유권 분쟁 초기부터 항공주권 논리를 개발해온 만큼 적절한 발표 시점만 저울질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위협에 맞선 중국 측 특이 동향도 눈에 띄게 감지되고 있다. 루리쉬 전 대만 해군사관학교 교관은 이날 신문에 “위성사진을 보면 중국이 피어리암초 등에 활주로를 건설하고 레이더를 설치하는 등 인공섬 개발에 나선 징후가 뚜렷하다”며 “모두 ADIZ 계획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4월 중국은 파라셀군도와 매클스필드군도(중국명 중사군도)를 하이난성 싼사시의 행정구역으로 편입하겠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갈등 국면 속에 양측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 남중국해”라고 전했다. 리드 워너 미 국방부 동남아시아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3월 중순 이후 남중국해에서 중국 전투기들이 미군 정찰기를 최소 9차례 위협했다”며 충돌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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