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와 키움 사령탑은 스스로를 ‘복 많은 감독’이라고 표현한다. 확실한 주전 포수 한 명만 있어도 든든한데, 두 팀은 두 명이나 데리고 있다. 그것도 포수의 기본 덕목인 수비는 물론 타격까지 갖춘 공수겸장 자원들이다.
특히 NC 양의지(33)-김태군(31), 키움 박동원(30)-이지영(34)의 안방 체제는 웬만한 팀 중심타선 안 부러운 화력을 자랑한다. 1일 현재 통계 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포수 OPS(장타율+출루율) 1위는 NC가 0.981, 키움이 0.979로 뒤를 따르고 있다. 타율은 키움이 0.356으로 1위, NC가 0.326으로 2위다. 또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키움이 1.75, NC가 1.30이다. 포수 OPS 0.900, 타율 0.300, WAR 1.00 이상을 찍은 팀은 전체 10개 2팀 뿐이다.
NC는 자유계약선수(FA) 역대 최고액(4년 125억원)을 찍은 양의지가 여전히 건재하다. 이견 없이 한국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양의지는 영리한 수 싸움과 안정적인 투수 리드에 기본 두 자릿수 홈런, 3할 타율을 보장하는 공격력을 자랑한다. 지난해엔 타율 0.354로 1984년 이만수 이후 35년 만에 포수 타격왕도 차지했다. 올 시즌엔 외국인 타자 에런 알테어 대신 4번을 맡아 타율 0.323 3홈런 17타점을 기록 중이다.
군 입대 전 NC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다가 양의지 합류 후 백업 안방마님이 된 김태군은 방망이로 각성했다. 이번 시즌 전까지 통산 타율 0.243로 공격보다 수비가 강한 포수로 평가 받았지만 올해 타율 0.333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 31일 대구 삼성전에선 안타 3개를 모두 2루타로 장식해 4타점을 쓸어 담았다.
양의지와 김태군이 고른 활약을 펼치자 이동욱 NC 감독은 “올 시즌은 특수한 상황(더블헤더 또는 월요일 경기)이 벌어질 수 있어 시즌 초반부터 두 명의 포수를 교대로 선발 투입하고 있다”며 “당분간 두 선수를 지금처럼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키움도 NC가 전혀 부럽지 않다. 무엇보다 박동원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박동원은 타율 0.347 6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양의지보다 무서운 타격 감을 뽐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타율 0.405 3홈런 13타점으로 절정에 올랐다.
박동원과 번갈아 마스크를 쓰는 이지영은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동원이 장타력을 갖춘 타자라면 이지영은 정교함으로 승부하면서 0.367의 고타율을 찍고 있다.
시즌 개막 전까지 주전 포수를 가리려고 했다가 뜻을 접은 손혁 키움 감독은 “둘을 나눠 기용해도 출전할 때마다 서로 내용이 좋다”면서 “좋은 포수를 두 명이나 데리고 있는 난 복 많은 감독”이라고 흐뭇해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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