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호남 대망론’이 꿈틀거린다. ‘호남 대선주자는 필패한다’는 민주당의 불문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 전북 진안 출신인 정세균 현 총리, 전남 장흥 출신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다. 3인의 정치적 몸집을 키운 건 영남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점이 공교롭다. 영ㆍ호남 인구 격차와 친문재인 진영의 견제를 극복하고 이들은 ‘대망’을 실현할 수 있을까.
민주당 관계자는 1일 “호남 출신 정치인은 대선주자가 될 수 없다는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1년 넘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전 총리의 대세론이 호남 필패론을 흔든다는 얘기다. 정세균 총리 역시 호남 대망론의 한 축이다. 이 전 총리를 추격하는 입장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끝까지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상당한 힘을 받을 것이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임 전 실장의 대선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무성하다. 그가 이사장을 맡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최근 민주당 의원 3명을 이사로 영입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의 전통적 대선 전략은 ‘영남 후보를 공천해 호남 몰표를 받고, 영남 일부 표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부산ㆍ울산ㆍ경남(PK)과 대구ㆍ경북(TK)을 합친 영남 유권자는 1,300만명이었고, 광주ㆍ전남ㆍ전북을 포함한 호남 유권자는 512만명이었다. ‘수의 힘’으로는 호남 주자가 독자 생존할 수 없는 구조다.
최근 7명의 대통령 가운데 호남 출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김 전 대통령도 충청 맹주인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손잡은 DJP연합에 힘입어 대선에서 승리했다. 경남 김해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 지역에서 9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을 보인 데다 부산(29.9%) 울산(35.3%) 경남(27.1%) 등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경남 거제 출신인 문 대통령도 부산(38.7%) 울산(38.14%) 경남(36.7%)에서 30%대 후반 득표율을 기록했고, 호남에서도 60% 안팎의 득표를 기록해 당선됐다.
이에 민주당 호남 대선주자 3인은 지역 기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벌써부터 중도ㆍ수도권 확장에 나섰다. 이낙연 전 총리는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서 당선됐고, 정세균 총리는 이미 종로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다. 임 전 실장은 호남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이번 총선 때 ‘호남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당의 권유를 거절했다고 한다.
3인이 넘어야 할 관문은 지역보다는 친문 진영이라는 시각도 있다. 똘똘 뭉친 친문 진영이 끝까지 ‘친문 적자’를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인 모두 ‘친문 핵심’과는 거리가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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