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 재활용한 ‘한국판 뉴딜’… 일자리 창출 효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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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업 재활용한 ‘한국판 뉴딜’… 일자리 창출 효과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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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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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정책]

5G 국가망 확산ㆍ노후차 친환경 전환 등 이전 추진 사업 재탕 대다수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왼쪽에서 세번째)가 정부세종청사에서 '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관련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한국판 뉴딜’의 청사진은 밝혔지만, ‘뉴딜’이라는 이름과 달리 기존 사업을 재추진하는 경우가 많아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업 추진 기간을 향후 5년으로 설정해, 문재인 정부 임기 후에도 정책이 지속될 지에 대한 의문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 사업 재탕 많은 ‘한국판 뉴딜’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까지 총 76조원을 투자해 한국판 뉴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한국판 뉴딜은 미국의 1930년대 뉴딜 정책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디지털과 녹색(그린) 사업을 중점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규모 토목 사업 위주였던 미국 뉴딜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비대면 산업 육성 등을 포함한 디지털 뉴딜에 총 13조4,000억원을 투입해, 33만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공공시설 에너지 효율화를 담은 그린 뉴딜에도 같은 기간 12조9,000억원을 투자해 13만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계획대로라면 2년 안에 디지털과 그린이라는 신산업에서 46만개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존 추진 사업들이 대다수여서 생각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디지털 뉴딜에 포함된 5G 국가망 확산과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등은 한국판 뉴딜이 언급되기 전부터 추진되던 사업이다. 초중고 구형 노트북 20만대 교체, 온라인 시범학교 재학생에 태블릿 PC 제공 등은 뉴딜이라고 부르기 부족하다.

그린 뉴딜에 포함된 공공시설물 에너지 효율 개선, 국립학교 태양광 설치 사업 등도 새 내용은 아니다. 노후 경유차의 친환경차 전환 등도 이전부터 꾸준히 시행되던 사업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5G 인프라 구축은 이미 지난해부터 장기적으로 추진하던 과제”라며 “비대면 산업 육성도 초중고 교육 인프라 구축, 전국 대학 온라인 교육 강화 등에 치우쳐 일자리 창출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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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지속 가능할까

한국판 뉴딜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도 정권이 바뀐 뒤 급격히 동력을 잃은 전례가 있어서다.

전 경제부처 고위 인사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의도적으로 이전 정부 주요 정책에 힘을 빼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판 뉴딜이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수록, 차기 정부에서는 제대로 추진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 예산의 60% 정도(약 45조원)가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인 2023년부터 본격 투입되는 계획도 이런 우려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현 정부 임기 내에 31조3,000억원을 투입해 55만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교적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2023년 이후의 경제 효과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2023년 이후까지 분석하고 있지만, 장기 계획이어서 현 시점에 모든 것을 예상해 밝히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다만 향후 추가 과제를 보안해 다음달 중 종합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때 더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정부가 5년 이상의 장기 정책을 추진하려면, 지속성을 담보할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미국의 뉴딜 정책은 당초 야당 공약을 루스벨트 대통령이 받아들여 시행한 것으로 미국 여야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도 비상경제회의에 야권을 참여시키는 등 지지를 넓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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