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애 동국대 교수 인터뷰… “정부가 못 사들여 아쉽다”

“국보나 보물 정도 되는 문화재라면 아무리 뭐라 해도 국가가 소장하고 있는 게 좋죠.”
1일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불상 2점이 유찰됐다는 소식에 임영애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들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간송의 불상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가슴 아팠던 사람이 임 교수다. 문화재청은 주요 유물의 경우 그 분야에 밝은 연구자에게 공식 설명 자료, 즉 ‘대관’을 쓰도록 하는데, 불상 2점 가운데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의 대관을 쓴 이가 바로 임 교수여서다.
임 교수의 아쉬움은 간송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임 교수는 간송 스스로도 지금껏 잘 관리해 왔다고 믿는다. 간송의 관리 못지 않게 보완 장치도 있다. 국보ㆍ보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소유자가 누구든 간에 국가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3년마다 한번씩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제자리에 있는지, 위치가 바뀌었다면 왜 어떻게 어디로 옮겨졌는지, 손상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임 교수는 “가끔 소유자가 연락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문화재청이 끝까지 추적, 확인한다”고 전했다.
문화재보호법도 엄격하다. 국보나 보물 등을 국외로 무단 반출할 경우 5년 이상 징역, 밀반출 문화재를 팔고 사거나 중개해도 3년 이상 징역을 규정해뒀다. 임 교수는 “워낙 많이 빼앗겨 봐서인지 한국은 중국, 이집트, 그리스, 터키 등과 함께 문화재보호법이 아주 강한 나라 중 하나로 분류된다”며 “국보나 보물을 몰래 반출하는 건 연예인이 얼굴 숨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주요 보물이라도 경중을 가려야 한다. 주요 문화재를 국가가 사들일 경우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서게 되는데, 여러 기준 중 하나는 ‘희소성’이다. 이번 경매에 중앙박물관이 직접 경매에 참가하지 않은 건 점당 15억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인한 ‘예산상 문제’ 못지 않게 ‘박물관의 기존 컬렉션에 비슷한 유물이 제법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임 교수가 가장 아쉬워하는 지점은 ‘접근성’이다. 문화재는 전시나 연구 등에 활용돼야 하는데, 사적 컬렉션으로 머무는 한 이 작업에 지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 임 교수는 “간송 측이 적극 협조는 했지만, 대관을 쓰는 연구자마저도 유물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꼼꼼히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간송이 1년에 한 두 번 정도만 전시회를 통해 유물을 공개하는 것도 불만이다.
임 교수는 ‘문화재 향유’ 개념을 강조했다. “현재 한 해 40억~100억원 수준인 문화재 구입 예산을 좀 더 늘릴 필요는 있어요. 하지만 국가더러 국보ㆍ보물급 문화재를 무조건 다 사들이라는 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아요. 그보다 이번 경매를 계기로 ‘소유가 아니라 향유할 때 문화재는 더 아름답다’는 인식이 더 넓고 깊게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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