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소유보다 향유가 더 아름답다… 간송 불상 유찰 가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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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소유보다 향유가 더 아름답다… 간송 불상 유찰 가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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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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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애 동국대 교수 인터뷰… “정부가 못 사들여 아쉽다” 

임영애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 임영애 제공

“국보나 보물 정도 되는 문화재라면 아무리 뭐라 해도 국가가 소장하고 있는 게 좋죠.”

1일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불상 2점이 유찰됐다는 소식에 임영애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들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간송의 불상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가슴 아팠던 사람이 임 교수다. 문화재청은 주요 유물의 경우 그 분야에 밝은 연구자에게 공식 설명 자료, 즉 ‘대관’을 쓰도록 하는데, 불상 2점 가운데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의 대관을 쓴 이가 바로 임 교수여서다.

임 교수의 아쉬움은 간송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임 교수는 간송 스스로도 지금껏 잘 관리해 왔다고 믿는다. 간송의 관리 못지 않게 보완 장치도 있다. 국보ㆍ보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소유자가 누구든 간에 국가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3년마다 한번씩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제자리에 있는지, 위치가 바뀌었다면 왜 어떻게 어디로 옮겨졌는지, 손상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임 교수는 “가끔 소유자가 연락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문화재청이 끝까지 추적, 확인한다”고 전했다.

문화재보호법도 엄격하다. 국보나 보물 등을 국외로 무단 반출할 경우 5년 이상 징역, 밀반출 문화재를 팔고 사거나 중개해도 3년 이상 징역을 규정해뒀다. 임 교수는 “워낙 많이 빼앗겨 봐서인지 한국은 중국, 이집트, 그리스, 터키 등과 함께 문화재보호법이 아주 강한 나라 중 하나로 분류된다”며 “국보나 보물을 몰래 반출하는 건 연예인이 얼굴 숨기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주요 보물이라도 경중을 가려야 한다. 주요 문화재를 국가가 사들일 경우 국립중앙박물관이 나서게 되는데, 여러 기준 중 하나는 ‘희소성’이다. 이번 경매에 중앙박물관이 직접 경매에 참가하지 않은 건 점당 15억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인한 ‘예산상 문제’ 못지 않게 ‘박물관의 기존 컬렉션에 비슷한 유물이 제법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27일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에서 간송미술관 소장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이 시작가 15억원에 경매에 부쳐졌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연합뉴스

임 교수가 가장 아쉬워하는 지점은 ‘접근성’이다. 문화재는 전시나 연구 등에 활용돼야 하는데, 사적 컬렉션으로 머무는 한 이 작업에 지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 임 교수는 “간송 측이 적극 협조는 했지만, 대관을 쓰는 연구자마저도 유물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꼼꼼히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간송이 1년에 한 두 번 정도만 전시회를 통해 유물을 공개하는 것도 불만이다.

임 교수는 ‘문화재 향유’ 개념을 강조했다. “현재 한 해 40억~100억원 수준인 문화재 구입 예산을 좀 더 늘릴 필요는 있어요. 하지만 국가더러 국보ㆍ보물급 문화재를 무조건 다 사들이라는 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아요. 그보다 이번 경매를 계기로 ‘소유가 아니라 향유할 때 문화재는 더 아름답다’는 인식이 더 넓고 깊게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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