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외신은 영국 경매회사 본햄스 필립캔터사가 개최한 역대 최대 슈퍼카 경매 소식을 전했다. 매물은 페라리 7대와 벤틀리 5대, 람보르기니 3대, 마세라티와 맥라렌 각 1대. 500만 유로가 넘는 2014년식 람보르기니 베네노 로드스터를 비롯 17대의 당시 시판가 기준 금액은 한화로 223억원 정도였고, 소유주는 돈세탁 등 금융범죄 혐의로 스위스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던 적도기니의 부통령 오비앙 망그였다. 경매 차량 대부분은 주행거리가 극히 짧은 신품 수준이라고 경매사 측은 소개했다.
아프리카 적도기니는 카메룬과 가봉 사이 적도에 걸쳐 있는 인구 120만명 남짓의 작은 나라다. 196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약 52년 동안 단 두 명의 대통령이 통치해 왔다. 초대 대통령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와 79년 쿠데타로 집권한 조카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Theodoro Obiang Nguema Mbasogo, 1942.6.5~ )다. 음바소고는 지난해 만 40년을 집권, 세계 최장수 통치자 타이틀을 획득했고, 2016년 장남 테오도르 응게마 오비앙 망그를 부통령에 임명했다.
오비앙 음바소고 대통령은 집권 직후 정당 활동을 불법화했고, 1991년 헌법을 개정해 정당 설립을 허용한 뒤로도 반정부 인사 투옥 구금 등 정치 탄압을 지속해 왔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상ㆍ하원 170석 가운데 야당 의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인권단체 등 비정치단체 탄압도 억세서 지난해에만 현지 인권단체인 ‘개발연구 주도 센터(CEID)’를 강제 해산했고, 풍자 만평가 등 예술인을 투옥했다.
1996년 대규모 유전이 개발되면서 아프리카 최빈국에서 일약 아프리카의 부국 중 하나로 급성장했지만 수익 대부분은 대통령 일가 및 소수 집권층이 독식, 국민 교육 보건 등 후생 복지는 여전히 아프리카 최하 수준이다. IMF 집계 2011년 적도기니의 교육ㆍ보건 예산은 총예산의 5%로, 비슷한 규모의 GDP 국가 해당 예산(평균 14%)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일인 2월 22일을 국가 공휴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로 정한 미국처럼, 적도기니에도 국경일인 ‘대통령의 날’이 있다. 오비앙 음바소고의 생일인 오늘이 그날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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