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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하벙커 피신ㆍ뉴욕시장 딸은 체포… 혼돈의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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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하벙커 피신ㆍ뉴욕시장 딸은 체포… 혼돈의 미국

입력
2020.06.01 11: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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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개 도시서 항의 시위… 경찰 ‘무릎 꿇기’ 인종차별 항의에 동참하기도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31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31일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데 항의하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몰려들자 한 때 지하벙커로 피신했다. 시위에 참석했던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혼혈딸이 경찰에 체포됐는가 하면 곳곳에서 시위대를 마주한 경찰들이 인종차별 항의의 상징격인 ‘무릎 꿇기’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밤 수백명의 시위대가 백악관 출입문 바로 앞까지 진출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약 1시간 동안 지하벙커로 대피시켰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이 31일 전했다. 백악관 경호팀과 경찰이 시위대를 통제하는 데 실패하면서 바로 옆 재무부 바리케이드까지 뚫리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한다. 당시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아들 배런이 함께 피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멜라니아 여사는 불안감 때문에 이튿날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열린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현장에도 가지 않았다. NYT는 폭력 시위가 계속되자 “백악관이 지난달 31일 외부로 나오는 거의 모든 조명등을 끈 상태로 암흑 속에 있었다”고 전했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이날 항의시위에 참가했던 뉴욕시장의 딸 키아라 더블라지오가 불법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혔다가 풀려나는 일도 있었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키아라는 도로를 비우라는 경찰의 지시에 불응했다가 체포됐다. 그는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를 둔 혼혈이다. 그는 아버지인 더블라지오 시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에게 “집에 갈 시간”이라고 촉구하기 한 시간쯤 전에 체포됐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트위터로 “나는 그들(흑인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들의 일상에 인종차별이 스며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알고 있다”며 시위대의 분노에 공감을 표했다.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경찰들이 동참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날 뉴욕 퀸스에서 열린 시위 때 뉴욕경찰(NYPD) 소속 경찰관들이 시위대와 함께 한쪽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됐다. 영상을 보면 이들 경찰은 행진하는 시위대 앞에 무릎을 먼저 꿇고 있었다. 이후 시위대 한복판으로 들어온 경찰관은 시위대가 그간 경찰에 의해 억울하게 사망한 흑인들의 이름을 연명하는 내내 무릎 꿇기 자세를 유지했다. 영상을 올린 알리아 아브라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 스포캔에서 열린 대규모 항의집회에서도 경찰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시위대를 마주했다. 전날에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경찰관들이 무릎을 꿇고 시위대와 함께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모습이 방송 전파를 탔다. 당시 무릎을 꿇은 경찰관 가운데는 지역 경찰서장도 포함됐다. 무릎 꿇기 자세는 2016년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 전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대신 무릎을 꿇으며 시위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으로부터 시작된 인종차별 항의의 상징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 월밍턴의 항의시위 현장을 직접 찾았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위대와 대화를 나누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오늘 시위가 발생한 윌밍턴을 방문하듯이 (시위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썼다.

이날까지 미 전역의 140개 도시로 번진 항의시위는 해가 지면서 곳곳에서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동과 폭력시위로 얼룩졌다. 일부 지역에서 총격 사건까지 잇따르며 현재까지 최소 5명이 숨졌다. 체포된 시위대는 계속 늘어 2,500명에 육박했다. 전국 시위 현장에 5,000명의 군 병력이 투입된 가운데 추가로 2,000명이 대기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바리케이드를 치우려 하는 시위대를 상대로 경찰이 고무탄을 발사했고, 현장에서 시위를 촬영하던 한 백인 여성이 다리에 6발을 맞고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측도 시위 진압과정에서 경찰 1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중 한 명은 시위대가 던진 벽돌에 맞아 다리가 부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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