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한 미래에 두려움을 느낀 홍콩인들이 홍콩을 탈출하려는 열풍이 나타날 조짐이다. 미국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맞선 데 따른 것이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이 홍콩보안법 강행을 공식화한 지난 21일부터 홍콩 내 이민 컨설턴트들이 많은 상담요청을 받고 있다. 홍콩 내 이민 상담 회사를 운영하는 앤드루 로씨는 “중국 당국이 홍콩보안법 초안을 발표한 다음날 하루에만 100여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홍콩 내 부동산을 급매로 내놓고 빨리 처분해 달라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자인 크리스티 챈씨는 최근 마온샨 근처 73㎡짜리 아파트가 감정가보다 싼 990만홍콩달러(약 15억8,000만원)에 팔렸다고 전했다. 이는 시세보다 15만홍콩달러(약 2,400만원) 싼 가격인데, 집 주인이 이민을 가기 위해 급히 처분했다고 한다.
달러 사재기도 늘고 있다. 삼수이포의 한 환전소 관계자는 전날 SCMP에 “미국달러 수요가 10배나 늘어났다. 한번에 수백만홍콩달러를 미국달러로 바꾸려 한다”며 “바꿔 줄 달러가 더 이상 없어 600명을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는 홍콩 보안법이 제정될 경우 홍콩 인구(750만명)의 39%에 달하는 약 290만명에 영국 시민권 부여를 포함해 거주이전의 권리를 확대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홍콩 주민에게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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