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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 실패를 연료로… ‘괴짜 천재’ 머스크, 민간 우주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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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 실패를 연료로… ‘괴짜 천재’ 머스크, 민간 우주시대 열다

입력
2020.05.31 18:10
수정
2020.06.01 00: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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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30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는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케이프 커내버럴=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30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는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케이프 커내버럴=로이터 연합뉴스

민간 우주시대가 열렸다. ‘괴짜 천재’라 불리는 속칭 ‘미친놈’이 결국 해냈다.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잇단 실패와 숱한 조롱을 연료 삼아 인류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 그는 세간의 조롱을 개의치 않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안주하지 않았다. 그가 붙잡은 오직 한 가지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30일 오후 3시22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州)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우주센터 39A발사대에서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을 실은 팰컨9 로켓이 비상했다. 39A발사대는 1969년 인류의 첫 달 착륙선인 아폴로 11호를 쏘아 올린 역사적 공간이다. 31일 현재 크루 드래건은 예정보다 약 15분 빠른 이날 오전 10시16분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이 30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 커내버럴=AP 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이 30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 커내버럴=AP 연합뉴스

이날 발사의 성공은 2002년 스페이스X 설립 이후 18년만이지만 한 아이의 동심 속에선 그보다 훨씬 더 일찍 이뤄졌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어릴 적부터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의 ‘파운데이션’ 등 공상과학(SF) 소설과 게임에 빠져 지내느라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이번에 머스크는 “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한 꿈과 영감을 주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부피는 적고 성능은 뛰어난 우주복을 만들려고 4년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제작에 참가한 우주복을 입고 있는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우주인들. 케이프 커내버럴=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제작에 참가한 우주복을 입고 있는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우주인들. 케이프 커내버럴=로이터 연합뉴스

머스크는 캐나다로 이주해 1989년 온타리오주(州) 퀸스대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그는 박사과정으로 들어간 스탠퍼드대를 이틀만에 자퇴한 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신문 출판 사업자에게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집투(ZIP2)’는 창업 4년만에 2,200만달러에, 미국 최대 결제서비스 ‘페이팔’은 2002년 15억달러에 각각 팔았다.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발사된 로켓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첫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를 2002년 설립했고, 이듬해엔 전기차 회사 테슬라를 세웠다. 무모한 객기나 괴짜의 돈지랄로 오해 받기도 했던 그의 도전은 차츰 성과를 냈다. 예컨대 테슬라 시가총액은 세계 자동차업체 2위를 질주하고 있고 마침내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도 성공했다.

그러나 성공은 그냥 오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치명적인 엔진 고장과 낙하산 오작동, 연료 주입 안전 문제, 유인 우주선 가스 누출 등 무수한 실패를 겪었고 연구팀은 수년간을 눈물로 지새웠다. 실패가 없었다면 성공도 없었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멈추지 않는다. 그의 최종 목표는 화성에 8만명이 살 수 있는 우주 식민지 건설이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30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케이프 커내버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30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케이프 커내버럴=AP 연합뉴스

스페이스X의 성공은 미국 땅에서 9년만에 이뤄진 유인 우주선 발사라는 의미를 넘어 ‘우주 패권’을 구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희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천후로 발사가 연기된 27일에 이어 30일 다시 현장을 찾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믿어지지 않는다” “(머스크는) 위대한 두뇌” 같은 칭찬과 더불어 “이것은 시작”이라며 진짜 메시지를 강조했다. “앞으로도 미국이 우주를 지배할 것이고 화성 착륙도 첫 번째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993년 해체된 국가우주위원회를 2017년 부활시킨 뒤 달 재탐사 목표를 2024년으로 4년 앞당겼다. 지난해 8월엔 공군 산하에 우주사령부를 설치한 데 이어 12월엔 5군(육ㆍ해ㆍ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여섯 번째 군대인 우주군 창설 법안에 서명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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