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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채권 공동 발행… EU, 재정공동체 향해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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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채권 공동 발행… EU, 재정공동체 향해 한 걸음

입력
2020.06.01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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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회복기금 7500억유로 조성 

 상환도 EU 각국이 공동 책임 

 5000억유로는 상환의무도 없어 

 일부국가 반대는 ‘넘어야 할 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일 베를린 집무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화상으로 연결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일 베를린 집무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화상으로 연결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7,500억유로(약 1,02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이후, 유럽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자금의 특징은 상당액이 상환의무 없는 보조금 형태로 지원되고 재원은 EU 가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통해 조달한다는 점이다. 역대급 위기 국면을 맞아 EU가 그간의 ‘화폐공동체’에서 벗어나 사실상 ‘재정공동체’로 향하는 신호탄을 쏜 것과 같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메르켈도 돌려세운 코로나 충격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는 지난 27일 코로나19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유럽 경제회복기금’을 포함한 ‘2021~2027 다년도지출계획안(MFF)’을 발표했다.

이는 EU가 직접 채권을 발행해 총 7,500억유로를 조달한 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회원국이 충격에서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하는 형태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이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처지다. 이번 기금은 이 자금을 EU가 대신 조달해 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가운데 3분의2인 5,000억유로는 갚을 의무가 없는 ‘보조금’의 성격을 지닌다.

이는 사실상 유럽 각국이 코로나 피해국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 채무를 진다는 의미다. 유럽 재정을 담보로 채무를 지기 때문에 상환도 공동의 책임이다. 이 때문에 언론에선 이번 예산안 발표를 계기로 그간 유로존이 이루지 못한 재정통합이 본격 도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은 EU를 이끄는 두 축인 프랑스와 독일이 앞서 18일에 5,000억유로 규모의 ‘공동 지원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데서 탄력을 받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독일의 태도 변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동안 남유럽의 과도한 재정지출을 문제 삼으며 범 유럽차원의 공동 재정 부담에 난색을 표해 왔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한 각국의 반유럽주의 진영이 코로나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이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탈EU’ 드라이브를 걸려는 모습을 보이자 독일 정치권도 입장을 바꾸게 됐다.

EU 경제회복기금 주요회원국 수혜 규모/2020-05-31(한국일보)
EU 경제회복기금 주요회원국 수혜 규모/2020-05-31(한국일보)

 ◇유럽판 ‘해밀턴의 순간’… “연방 이행” 신호탄? 

서구 경제학자들과 언론은 이번 발표에 “유럽에 ‘(알렉산더) 해밀턴의 순간’이 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해밀턴은 미국의 첫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개별 주가 독립 재정을 운영하며 지고 있던 부채를 연방의 공공재정으로 이전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당시 해밀턴은 독립전쟁이라는 운명을 모두가 함께 했다는 논리를 내세워 상대적으로 부유한 버지니아주를 설득했다. 마치 코로나19의 충격이 독일을 설득한 것과 같은 모양새다.

헨리크 엔더라인 베를린 헤르티거버넌스스쿨 학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을 통해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이 공동의 채무를 질 수 있으며 EU가 단순한 국가의 모임이 아니라 연방으로서의 성격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분석했다.

단 유럽의 주인공이 프랑스와 독일만은 아니라는 점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등 긴축재정을 선호하는 이른바 ‘검소한 4국’은 남유럽 국가에 대한 ‘조건부’ 채권 지원을 고수하고 있다. 참고로 유럽연합의 예산안은 27개 회원국이 모두 합의해야 통과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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